롯데免 상반기 영업익 97% ↓ "창립 후 유례 없는 충격"
신규면세점도 줄줄이 적자 행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올해 들어 내내 국내 면세점들을 옥죄고 있다. 상반기 면세점 실적은 줄줄이 곤두박질쳤다. 최근 몇 달 간 매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많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4일 유통업계,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올 상반기 매출은 2조55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26억원에서 74억원으로 96.8% 급감했다. 롯데면세점 1분기 영업이익이 372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분기에 298억원 적자를 본 셈이다.
매출의 8할을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던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사드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상반기 381만6756명에서 1년 새 225만2915명으로 41.0% 축소됐다. 중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방한 단체관광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3월15일)한 3월부터 6월까지만 놓고 보면 하락 폭은 더욱 커진다. 274만8367명에서 109만6882명으로 60.1%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3월 중순 이후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매출과 전체 매출은 각각 30%, 20% 줄었다. 롯데면세점은 급기야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팀장급 간부사원 및 임원 40여명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키로 결정했다.
2위 신라면세점의 상반기 매출은 1조7182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431억원에서 249억원으로 42.1% 감소했다. 2분기만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47% 줄었다.
이 밖에 대다수 신규면세점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1분기 16억원, 2분기 44억원 등 상반기 60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상반기 270억원대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다. 올해 초에는 임직원들이 연봉과 상여금 일부를 자진반납키로 했다. 두산의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의 SM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각각 17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HDC신라면세점은 신규면세점 중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흑자를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1분기 11억500만원에서 2분기 9400만원으로 축소됐다.
면세점 매출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면세점 사업자 선정 특혜 파문까지 불거져 회복세는 더욱 요원해졌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사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 감소는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를 제외하면 롯데면세점 창립 이후 유례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면세점협회가 전날 발표한 7월 국내 면세점업체 매출은 9억8255만달러로 9억535만달러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8.5%가량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1.8% 소폭 개선됐다. 전체 매출은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회복세다. 적자 행렬에서 알 수 있듯 면세점들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업계가 고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할인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매출이 발생해도 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내국인 263만명, 외국인 105만명이 면세점을 이용했으며 각각 2억8884만달러, 6억9371만달러의 매출을 발생시킨 것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수와 매출이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사람 수는 절반 가까이(-45%) 줄었는데 금액은 오히려 8.8% 뛰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전문 소매상, 일명 보따리상(代購·다이거우)들의 구매 급증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에서 한국 단체관광상품이 금지되고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급속히 확산한 3월 이후부터 외국인 관광객 1인당 국내 면세점 평균 구매액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매출은 약 655달러로 1년 전 333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끊긴 이후 보따리상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면세품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가 불법 유통 등 부작용 소지가 있음에도 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면세점들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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