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면에도 계란…부쳐먹고 말아먹고 끓여먹고
채소, 고기와도 잘어울리는 국민 반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계란이 이렇게 중요한 존재라는 걸 이제 알게 됐네요. 살충제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고른다면, 먹을 게 없어요."
직장인 노한나(34)씨는 살충제 파동 이후 계란을 멀리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국내산 빵, 면은 물론 과자 등 대부분의 간식에는 모두 계란이 들어있었다. 극소량까지 제한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계란이 삶 가까이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백민주(44)씨의 경우는 이를 더욱 체감한다. 아이들에게 그간 부쳐주고, 말아주고, 끓여주던 계란에 문제가 생기자 당장 때울 만한 반찬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고기나 생선 반찬도 있지만, 부드럽고 영양가도 좋은데다가 쉽게 물리지 않는 계란의 존재감은 컸다. 바쁜 집안일에 가족들까지 챙겨주고 나면 거르기 쉬운 식사 때마다, 간장양념과 함께 비벼 한 끼 해결했던 것도 계란이 있기에 가능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한다는 박정미(21)씨 역시 고민이 깊다. 빵의 주재료 가운데 하나가 계란이지만, 빵에 들어간 계란은 난각 코드를 확인할 수도 없다. 불안한 마음은 들지만 그냥 사먹는다는 박씨. 그는 "이제까지 십 여년 동안 먹어왔던 계란인데, 이제와서 뚝 끊는다고 몸이 정화되기야 하겠느냐"면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생활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살충제 성분 검출 사태가 일주일 째 이어지며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가깝고 접하기 쉬운 완전식품으로 인식되던 계란이, 한 순간 조심해야 할 위험식품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도 크게 줄었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살충제 계란 사태가 최초 보도된 지난 15일부터 전날(21일)까지 이마트의 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했다. 예전의 절반수준으로 매출이 뚝 떨어진 것이다. 분유와 마요네즈 등 계란을 원료로 하는 제품의 판매도 10.1%, 2.3% 감소세를 나타냈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계란 매출이 사태 발생 1주일 전과 비교해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란 값은 오름세다.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지난 1월 9000원대까지 올랐고 이후에도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 계란 폐기처분 등의 여파로 공급량이 줄어든 탓이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데이터를 보면 전일 기준 계란 30개들이 한 판(중품 특란) 평균 소매가는 7445원으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14일 7595원에 비해 150원 떨어졌다. 평년 가격(5581원)보다는 33.4% 높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1년 전 가격(5389원) 대비론 38.2% 비싸졌다.
aT는 지난 15일 사태 발생 후 16, 17일 이틀 동안은 소매가 데이터를 발표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의 연이은 취급 중단,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른 판매 재개 등 시장이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18일 발표한 평균 소매가는 7358원으로 뚝 떨어졌다가 직후 거래일인 21일 7445원으로 소폭 올랐다. 급감했던 소비가 다소나마 회복되면서 가격도 상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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