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승하차 시설과 좌석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사전예약을 받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22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토부가 추진하는 고속버스 이동편의시설 설치비 지원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 및 시내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통사업자에 대한 재정, 금융, 세제지원을 확대 시행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현재 운행 중인 시외버스(고속형, 직행형, 일반형)와 시내버스(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는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30일 기준 전국에서 운행 중인 시외버스는 1만730대, 시내버스는 4635대다. 이 중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을 둔 버스는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2층 직행좌석형 시내버스 33대뿐 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운송사업자들은 버스를 개조,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는 것이 현행 자동차관리 및 안전관련 법령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고속·시외버스 제조사가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관련 설비를 갖춰도 버스정류장 공간이 비좁아 실제 이용이 어렵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인권위가 국토부 등에 확인한 결과, 현행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건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라 적법한 사항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교통안전공단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튜닝을 승인한 건수는 243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 버스 제조사에서도 휠체어를 탄 상태로 탑승이 가능한 버스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권위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 및 지자체의 재정지원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고 봤다. 또 이로 인해 교통사업자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업 유지가 어렵지 않은 한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를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호주,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설비 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선진국들은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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