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완성차 업체 대표부터 협력사 사장, 연구원들까지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호소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산업 간 연관 효과가 크고 고용도 많은 나라의 전략산업으로 그런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고용만 놓고 보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30만명 가량이다.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근로자 수만 센 것으로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 종사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부진이 계속되다간 국가 경쟁력도 후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와 수출, 생산이 모두 줄었다. 내수 판매량은 총 90만349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다. 수출은 전년 동기비 0.8% 줄어든 132만4710대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북미지역 수출이 저조해서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속에 생산량은 전년대비 1.5% 줄어든 216만2548대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국들이 자국 산업 지키기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표기업 현대자동차도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최근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예전과 같은 성장가도를 달리지 못할 것이란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이에 따른 생산 주문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현대차를 둘러싼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어느 하나 걱정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위기는 곧 협력사에도 악재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폭탄을 맞은 중국에 진출한 협력사들이 문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부품업체는 현재 145개로 289개 공장이 가동 중이다. 대부분 업체의 현지 공장 가동률은 사드 사태 이후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달석 조합 이사장은 "밤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부품업체 중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한 기업의 위기는 전후방 3000여개 업체에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매부진 상황에서도 완성차 노조는 올해도 '임금인상'을 외치며 파업에 나섰다. 현대차는 최근 노조의 다섯차례에 걸친 파업과 세차례에 걸친 휴일특근 거부로 차량 2만4000여대(시가 490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했다.
고임금구조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후진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말 기준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폭스바겐(7841만원)을 훨씬 웃돈다.
여기에 통상임금이슈까지 겹쳐 업체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우광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사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 중 하나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보다는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사측은 노조가 납득할 수 있는 성실한 협의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지금처럼 계속 올라가면 업체들은 생산라인 해외이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연봉 1억원씩 받는 귀족 노조가 자기 이익만 주장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이 현재 해외와 국내 5대5인 상황에서 (계속 이렇게 가면) 7대3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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