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5대 그룹이 퍼펙트스톰에 버금가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룹마다 심각한 경영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100일을 맞고 있지만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몰려들고 있고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美·中·北 리스크에 국내 불안요인도 가중
5대 그룹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위기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북한 리스크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일자리정책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에 따른 세부담 증가 ▲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 및 금산분리 규제 강화 ▲탈원전ㆍ미세먼지감축대책 ▲규제프리존ㆍ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ㆍ4차 산업혁명 대비 규제개혁 지연 등으로 요약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선고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기업과 한국경제의 운명도 가르게 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며 글로벌 제조업 가운데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는 총수 주도로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본 선제적이고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의 결과물이다. 이 부회장이 자칫 실형을 선고받거나 신변 구금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삼성은 지금까지의 시스템경영이 한계에 부딪히고 향후 3, 5년 뒤를 내다보는 미래 대비 경영전략 수립도 불가능해진다.
-이재용 1심 선고 vs 기아차 통상임금…거센 후폭풍 전망
자칫하단 산업 근간 흔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양사 총 5조원가량의 생산손실을 입었는데 올해도 두 회사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로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지워진다. 기아차 협력사는 물론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인건비 상승, 법적 쟁송 남발 등으로 이어진다. 자동차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송 하나만으로 자동차산업 전체가 생태계적 위기에 놓이고, 기술 개발과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5대 그룹 GDP의 60%차지…稅기여도 더 높아져
5대 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면서 5대 그룹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5대 그룹에 소속된 회사는 369개사, 이들의 자산총합계는 975조6000억원에 이른다. 농협을 제외한 30대 민간 그룹(자산총액 기준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1602조1000억원)의 61%에 해당된다.
30대 그룹 가운데 5대그룹을 제외하고 자산총액이 100조원이 넘는 곳은 없다. 5대 그룹의 매출합계는 727조1000억원으로 이 역시 30대 그룹의 60%에 이른다. 2016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ㆍ1590조원)과 견주면 5대 그룹의 자산은 GDP의 60%, 매출은 GDP의 46%에 해당된다.
삼성전자(3조2167억원)와 현대차(1조4024억원), SK하이닉스(9808억원), LG회학(7253억원), 롯데케미칼(3078억원) 등 5대 그룹 주력 5개사가 2015년 한해에만 낸 법인세합계는 6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삼성전자가 올해 역대 최대 매출과 이익을 예상하고 SK하이닉스와 LG화학,롯데케미칼 모두 최근의 경기지표와 업황호조를 흐름이 계속돼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면서 이들 5개사 법인세는 7조원대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과 활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 온 곳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라는 게 인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5대 그룹 모두 위상이 커진 만큼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도 더 깊게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양극화와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기업활동 제약으로 연결되는 것은 옳지 않다. 대기업이 잘 돼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