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시간 준 것"…"北 노동자 외화벌이 인정한 셈"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미국 주류 언론들이 지난 주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 2371호'의 실효성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 진보ㆍ보수 진영을 각각 대변하는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이번 대북 제재 결의의 허점으로 '국외 노동자 송출'과 '합작투자'를 꼽았다.
추가 노동자 송출, 북한 업체와 신규 합작투자는 금지됐다. 그러나 기존 활동은 모두 허용됐다. 북한 자금줄 봉쇄에 구멍이 많다는 뜻이다.
NYT는 "북한 경제의 핵심 부문을 건드리지 않고 남겨뒀다"면서 "북한이 제재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아플지 불확실하다"고 평했다.
NYT는 특히 최대 8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연간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국외 노동자 규모를 현 수준으로 동결했다는 것은 비공식으로 노동자를 늘릴 여지가 남겨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WSJ도 사설에서 "중요한 대목이 빠졌다"면서 "국외 노동자 송출 규모가 현 수준으로 동결된 것은 노동착취를 통한 외화벌이가 계속 인정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업체와 합작도 기존 투자분을 허용했다"면서 모두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도 지난 7일 대북 결의안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중국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WSJ는 사설에서 "중국이 얼마나 충실하게 제재 결의를 이행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지난 십여년에 비춰보면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제재 카드를 피하기 위해 이번 재제 결의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WSJ는 이어 "미국이 제재 결의 이행 여부를 지켜보기 위해 중국에 조금 더 시간을 준 것"이라며 "중국이 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머잖아 중국의 속임수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YT도 "중국이 미 재무부의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ㆍ개인 제재)'을 미루는 대가로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동의한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 또는 러시아에 시간을 준 것"이라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전쟁 카드를 미루고 안보리 결의를 먼저 추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에 대한 배려라는 관측도 나왔다.
NYT는 "이방카와 쿠슈너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런 판에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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