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의견 9일 제출
주주의 배임 소송 등 막기 위해 반대할 듯
이통사 반대에도 정부 방침 변화 없을 전망
이통사 법적 소송을 정부에 맞설 듯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내일(9일) 이동통신사들이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 중 선택약정할인율 20%에서 25%로의 상향 조정에 대한 의견 제출에 나선다. 이통사들은 주주의 배임 소송 등을 이유로 할인율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정부가 의견 수렴 이후에도 원안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법적 구제방안도 동시에 강구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할인율 인상에 대한 의견 제출을 하루 남긴 8일 최고경영자회의 등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통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겠지만 각 사별로 공문을 받았기에 각 사별로 의견 제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할인율 인상이 행정 처분이라는 점에서 지난달 28일 이해 당사자인 이통 3사에게만 의견 수렴 공문을 보냈다. 이통사들은 오는 9일까지 의견을 보내야 한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수천억원의 이익 감소를 감당해야 하기에 할인율 인상에 찬성할 수 없다"며 "주주들로부터 배임을 이유로 줄소송을 당할 수 있으며 기업이 이 소송에서 이기라는 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인하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5년에 한 번씩 선택약정 할인율이 올라간다면 이통사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통사에게만 통신비 인하의 책임을 묻는 것도 부담이다. 단말기 제조사나 데이터 소비를 일으키는 포털, 국민의 복지를 증진해야 할 정부는 통신비 인하에서 빠졌다. 할인율 인상 외에도 기초연금수급자, 저소득층 통신요금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등 새 정부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안 모두 이통사의 몫이다.
정부가 이통사들의 이같은 입장을 수렴한다고 해도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통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할인율 인상에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과 대안을 내놓는다고 정부의 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반대 의견 자체를 내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도 "의견 제출로 정부안의 변화가 있다면, 이통사도 대승적 차원의 정부 정책 수용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여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통사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해도 할인율 인상 원안을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다음달 할인율 인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통사들도 할인율 인상을 전산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통사들의 의견 수렴 후 다시 공문을 통해 할인율 인상 시기를 공지하기 까지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다. 다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통사 CEO들과 한 차례 더 자리를 갖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시계와 달리, 이통사들은 법적 대응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법적 검토를 진행한 결과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법적 대응이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면 새 정부 수립과 함께 나온 통신 정책에 대한 법적 대응을 쉽게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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