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산기지 확대로 중계무역순수출 3년來 최대
고용증대 효과 낮은 반도체 호조도 씁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고용없는 성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효과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서다. 장치산업인 반도체가 나홀로 수출 호조세를 이끄는 것 역시 고용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해외현지법인에서 생산 후 수출하는 중계무역순수출은 10억5940억달러였다. 월별 기준으로 2014년 6월(13억8410만달러)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중계무역순수출은 월기준으로 2011년 4억 달러대에 머물다 2013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계무역순수출은 중계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액과 수출액의 차이를 뜻한다. 중계무역은 우리나라 국경을 통과하지 않고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 제3국에 되파는 거래를 말한다.
2000년대 이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중계무역순수출 규모가 늘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중계무역순수출 확대를 이끌고 있다. 이 여파로 정보통신기기와 가전제품의 통관기준 수출규모는 6월 기준 각각 23억7000만달러, 6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6.0%, 20.9%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나라 국제종합상사들이 해외에서 싸게 물건을 사서 비싸게 되팔아 수익을 냈다면 최근엔 해외생산기지를 두고 제3국에 판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스마트폰, 가전기기를 중심으로 해외생산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계무역순수출이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기여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의 수익과 수출 확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고용유발효과가 떨어지는 반도체가 수출 호조를 이끌고 있어 '수출의 낙수효과'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증가→생산ㆍ투자증가→고용증가→소비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수출 10억원당 2000년 15.0명에서 2014년 7.7명으로 낮아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에 주력하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하청을 줄이면서 고용효과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일자리를 고려하면 국내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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