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전망
전문가들 "슈퍼 대책"…강남선 호가 낮춘 급매 등장
집값 당분간 관망세…금리인상 때 실거래가 하락할 듯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권재희 기자] "슈퍼 대책이다." '8ㆍ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이 일제히 내뱉은 말이다. 시장의 평가처럼 이번 대책은 경고 수준이던 6ㆍ19 대책과 달리 최근 10여년간 보지 못한 초강력 수준이었다. 가뜩이나 하반기에 금리 인상과 입주 폭탄 악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더해진 악재라 집값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당장 집값 과열의 진원지로 꼽힌 서울 강남 재건축 예정 단지들이 움츠러들었다. 강남 일대는 대책이 발표된 날 바로 2000만~3000만원가량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며 술렁거렸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이중 규제를 받게 되자 대출받은 자금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갭(gap) 투자자 중심으로 급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일괄 적용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갭 투자자들이 반응을 보인 것. 강남구 개포동의 S공인중개사는 "이번 대책에서 설마했던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함께 예상치 못한 투기지역 카드까지 나오면서 조합이 설립된 단지들과 그렇지 않은 단지들 간에 희비가 엇갈릴 것 같다"면서 "조합이 설립된 단지들도 이제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서 향후 4~5년간 매도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번에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일부 지역의 부동산시장 과열 양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당장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관망세를 보일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다주택자가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해도 대출이 막혀 이를 받아줄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8ㆍ2 대책과 함께 새 아파트 입주물량과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에 전국에서 22만9708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4.7% 증가한 43만4399가구가 전국 각지에서 입주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입주물량이 23만8225가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20만가구나 많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바로 매도하는 대신 일정 기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호가는 바로 떨어지겠지만 실거래가 하락은 향후 금리 인상 시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투기 수요가 걷히면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실수요자들도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청약에 나서는데, 그렇지 않으면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에서도 청약시장 이탈 수요가 많을 수 있는 셈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