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조원대 제약사 인수 건, 인도 정부 불허로 사실상 무산
전문가들, 중국도 경제 제재 맞대응 나설 듯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과 인도가 접경 지대에서 두 달 넘게 군사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경 갈등의 불똥이 경제 보복으로 번질 조짐이다. '9부 능선'을 넘었던 양국 기업 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건이 인도 정부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도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이 경제 제재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일(현지시간) 베이징상보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M&A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경제각료위원회가 중국 푸싱(復星)그룹의 자회사 푸싱의약이 추진 중인 그랜드파마 지분 86% 인수 건의 불허 방침을 세웠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푸싱의약은 1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인도 정부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바가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푸싱의약의 그랜드파마 인수 시도는 국제 사회에서도 주목을 끈 '빅딜'이었다. 거래 가격이 1조원을 훌쩍 넘어 중국 기업이 인도에서 추진한 M&A 중 최대 규모인 데다 중국 제약 산업이 그랜드파마를 발판으로 인도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영역을 확대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푸싱의약은 지난해 7월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소유한 지분을 포함한 그랜드파마 지분 86.1%를 1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허가는 물론 인도ㆍ미국 반독점 당국과 인도 외국인투자진흥회 승인을 모두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종 관문인 인도 정부가 이를 전면 백지화한 셈이다.
인도 정부는 중국으로의 자국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해 매각을 불허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양국 간 국경 분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 뭄바이 소재 베리타스 법률사무소의 압히지트 조시 M&A 전문 변호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경제) 제재와 다름없다"면서 "인도 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비즈니스는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도와의 무역 거래에서 보복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723억달러에 달했다.
알리바바그룹과 텐센트, 샤오미 등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의 굵직한 대기업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조시 변호사는 "(두 나라의 외교적 불협화음으로 인해) 최소한 단기간 동안은 중국 기업이 인도에서 M&A를 하거나 투자를 집행하는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안전과 비자 발급 거부 사례 급증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염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전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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