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7월27일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과열 징후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지 엿새 만에 '8ㆍ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나온다. 당초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달 말께나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원흉으로 지목된 만큼 8월 가계부채 대책에 부동산 규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추가 부동산 대책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달라'는 주문을 직접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상황은 더 긴박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기자들에게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소식을 알렸다. 규제정책 공식 발표 시점인 2일까지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 시점과 대책의 세부 내용 보도가 제한됐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11ㆍ3 부동산 대책 발표 일주일 전에도 포괄적 엠바고를 설정했다.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추측성 보도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경우 이 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만큼 서둘러 대책 발표 시기를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혼란도 컸다. 당장 발표 시기를 앞당기면서 이번 주 휴가를 떠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일 급히 업무에 복귀했다. 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와 경제현안간담회,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등의 일정을 모두 끝낸 후 다시 휴가 모드에 들어간다.
정치권의 행보도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이날 부동산 대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엠바고 사항이었지만 정치권은 하루 앞선 1일 불쑥 이를 공개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대책 발표 하루 전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당정협의에서 이날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발표 일정을 노출하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이 기정사실이 되자 서울 강남권 일대 부동산시장은 전날부터 술렁거렸다. 부동산시장에는 삽시간에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분양권 전매 제한, 금융 규제ㆍ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등 대책과 관련한 지라시가 돌았다. 국토부는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급히 발표한 대책에 되레 부동산시장의 투기를 효율적으로 규제하려던 정부의 취지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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