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은퇴세대 진입증가…1분기 전년比 35% 늘어 12조 돌파
은행권은 전년대비 4.8% 증가…리스크 관리로 증가폭 주는 추세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서울 한 대학가에서 작은 밥집을 운영하던 김모(33세ㆍ남)씨는 최근 장사를 접었다. 5년전 대학 졸업 후 모아둔 돈과 함께 은행 대출을 받아 식당을 열었지만, 수입은 변변찮았다. 월 100만원도 손에 쥐기 힘든 적이 많았다. 대출 상환부담은 날로 커졌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저축은행 대출 이자가 10% 후반대라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고 토로했다.
숙박ㆍ음식점업 종사자들의 비은행 대출금액 증가율이 올 1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연속 30%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반면 시중은행에서의 대출 증가폭은 줄어들고 있다. 생계형 비중이 높은 업종인 만큼 대출 심사가 강화된 시중은행 문턱을 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말 비은행금융기관 산업대출 중 숙박ㆍ음식점업 대출잔액은 12조4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증가폭은 35.2%(3조1401억원)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대비 32.9%(2조8245억원) 늘어난 바 있다.
반면 예금은행의 숙박ㆍ음식점업 대출잔액은 1분기말 34조74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1조596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10%가 넘는 증가세를 기록하다 작년 2분기 8.6%, 3분기 6.6%, 4분기 5.2%로 감소했다. 이는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2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차주에 대한 소득증빙요건이 강화됐다.
숙박ㆍ음식업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창업을 원하는 청년층이나 은퇴세대들의 진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신생기업 가운데 65%는 도ㆍ소매, 숙박ㆍ음식업 등이 차지했다. 숙박ㆍ음식점의 경우 창업 이후 3년 생존률이 30%로 가장 낮은 업종이기도 하다. 차후 금리인상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는 한계가구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숙박ㆍ음식점업은 생계형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대출심사가 강화될 수록 계속해서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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