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주의 거세지며 '집단지도체제' 퇴조…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유행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여야 정당이 최근 당 대표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각 정당마다 '계파주의'가 조직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시켜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논리가 확산되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이른바 '3김시대' 종료 후 정치권에는 집단적 의사결정구조인 '집단지도체제'가 자리를 잡아왔다. 고(故)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등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사라지면서, 각 정파의 이해관계를 반영 할 수 있는 지도체제가 유행 한 것이다.
특히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을 포함해 지난 2004년 부터 12년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 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역시 당 의장과 상임중앙위원을 통합해 선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정당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속속 지도체제를 전환하고 있다. 여권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 했고, 자유한국당 역시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20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지도체제를 전환했다.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당 역시 현행 집단지도체제에서 탈피,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지도체제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다. 원내 5당 중 바른정당만이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각 정당이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유로는 계파주의의 폐해가 꼽힌다.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각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데 적합한 구조지만, 계파 간 대립이 심화 될 경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옛 새누리당에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대표최고위원인 김무성 전 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갈등을 빚었다. 국민의당에서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문병호 전 최고위원이 박지원 전 대표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등 내홍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아예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당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최고위를 폐지할 경우 당 대표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만큼, 이를 절충할 수 있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도 거론되는 상태다.
다만 이같은 지도체제의 변화가 시대적 추세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앙당 조직이 강한 유럽의 정당들도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창당한 '전진하는 공화국'의 등장 이후 원내 중심의 미국식 정당모델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분권 등 권력분산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당 대표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은 이에 역행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