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국내에서 약 11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되지 않아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또한 9월 출시를 앞두고 환경부에 인증을 신청한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클래스 소유자인 한 고객은 벤츠 배출가스 조작 의혹 소식을 듣고 딜러에 바로 문의를 했다. 딜러는 "본사에서는 고객이 문의할 경우 '안심해도 된다'고 답하라는 내용밖에 전달받은 게 없다"면서 "본사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고만 얘기했다.
이 고객은 "아직 배출가스 조작이 조사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은 벤츠 코리아에서 해줘야 하지 않냐"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그에 맞게 고객의 궁금증을 사전에 해소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터진지 일주일여가 지났지만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고객들에게 이에 대한 어떤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공식입장 발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지금 독일 본사에서도 리콜 계획을 발표한 것이지 구체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고객들에게 고객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설명할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사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독일 본사와 관계당국과 얘기하고 결정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벤츠 차량은 약 11만대 정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신형 E클래스를 제외하고 최근 벤츠에서 국내로 들여온 디젤 차량의 대부분의 모델에는 문제가 된 두 가지 엔진이 들어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그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2009년부터 들어왔는데 그 모델이 들어온 차종은 47개고 이들의 판매대수를 추산했을 때 11만대349대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벤츠 차량에 대해 다음 달 정식으로 조사에 들어간다.
수시검사는 공장출고 전 모델을 대상으로 차량결함, 배기가스, 소음 등 차량 전반에 대해 점검하는 조사다. 해당 차종 중 한 대를 샘플링 해 조사하고 그 결과가 차종 전체를 대표한다.
이에 따라 벤츠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OM642, OM651 엔진을 탑재한 차종 47개 중 환경부가 임의로 각 엔진별 한 대씩을 선정해 총 두 대를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기간은 대개 2~3개월 정도 걸리지만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독일 정부와 공조할 수 있으면 함께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수시검사 제도를 통해 배출가스 인증 당시의 성능을 유지하는지도 면밀히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검증과정을 거쳐 배출가스 조작 장치 탑재 사실이 확인되면 폭스바겐 사태처럼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를 고발하고 리콜에 들어갈 방침이다. 단순 기술결함으로 드러나면 벤츠코리아는 통상적인 리콜절차만 밟으면 된다.
신차 출시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벤츠 코리아는 올 9월 S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판매 전 반드시 받아야 하는 배출가스, 소음 인증 서류를 환경부가 꼼꼼히 살펴보기로 하면서 벤츠 코리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크다.
환경부는 이번 배출가스 이슈와 별개로 향후 신차 인증신청 서류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상황이 심각하니 서류를 더욱 자세히 살펴 볼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보이면 인증서류를 되돌려 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게 인증기관의 존재의 이유"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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