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장당 시간제 근로자 1명 고용
매당당 日 인건비 3만1800원 증가…연간 1205만원 추가 부담
후발주자들, 직영점 인건비만으로 적자 전환 가능성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인 가구 증가로 최근 수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한 국내 편의점 업계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본격적인 '생존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편의점 업계 전반에 걸쳐 타격을 주겠지만, 특히 업계 후발주자들에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아시아경제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1060원)을 편의점 업계에 적용한 결과, 24시간 편의점의 경우 매장당 1명의 직원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3만18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주간 12시간과 시급의 1.5배를 더 주는 야간 12시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주말까지 포함한 월 추가부담액(주말 1.5배 적용)은 100만4880원, 연간 1205만원 가량을 더 지급해야 한다.
편의점 본사에선 가맹점 관리와 신제품 테스트베드 역할을 위해 직영점을 운영한다. 본사 정규직 직원을 일부 두지만, 대부분이 시간제 근로자를 쓴다. 매장수 기준 업계 1위인 BGF리테일의 CU와 GS25는 각각 100여개의 직영점을 두고 있다. 직영점 인건비만 연간 12억을 더 지급해야 한다. CU와 GS25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2172억원과 2258억원. 최저임금 인상분은 0.6%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만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490억원에 그쳤다. 더욱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급감했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4억원이었고, 같은기간 이마트24(前 위드미)는 이미 340억원의 적자를 냈다. 편의점 업계 출점 경쟁이 격화되면서 좋은 상권을 선점하지 못한 후발주자일수록 신규가맹점 유치와 기존 가맹점주들을 붙잡아두기 위한 비용 증대로 영업이익이 쪼그라든 것이다.
그 결과 세븐일레븐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영점 100여곳의 연간 추가 인건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보다 많다. 60여개의 직영점을 둔 미니스톱과 이마트24(직영점 87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직영점에서 시간제를 근로자를 더 채용하거나 각 사의 물류센터와 배송업무 등에 고용된 시간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포함할 경우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화될 경우 중위권 업체들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의 인건비 부담을 본사 차원에서 덜어주자는 여론이다. 편의점 가맹점주 사이에선 본사 차원에서 가맹수수료나 제품 공급비를 낮춰주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인건비 부담 문제로 폐점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 수익은 본사와 점주가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편의점 운영시간, 장소 임차지원 여부 등 계약조건에 따라 가맹본부가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제품 구입 원가를 뺀 금액)의 30%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점주는 수수료를 뺀 매출총이익에서 임차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영업비를 제외한 수익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들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지원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상위 업체들의 경우 영업이익이 받쳐주기 때문에 어느정도 버틸 수 있겠지만, 후발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