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여성병원 결핵사태의 문제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결핵안심국가가 무너졌다. 모네여성병원의 잠복결핵 신생아가 100명을 넘어섰다. 13일 오후 9시까지 600명을 판독한 결과 100명(16.7%)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전염성 추정기간에 해당되는 8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결핵 발생률과 유병률은 물론 사망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결핵퇴치를 위해 180만여 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검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핵안심국가를 만들겠다고 나섰는데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기본도 안 지켜지는=이번 사건의 발단은 모네여성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 때문이었다. 이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병원에 입사했다.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 건강검진이 의무인데 이 간호사는 11월 입사로 1년 안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되는 시스템이 악용된 셈이다.
모네여성병원결핵피해자모임(피해자모임) 박수홍 씨는 "사태초기부터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안일함과 모네여성병원의 무책임한 태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측은 15일 병원 앞에서 '모네여성병원의 신생아 결핵감염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보건당국과 모네여성병원의 각성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한다.
◆사건 발생 후 안일했던 대처=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가 불거지자 질병관리본부와 지역 보건소 등이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결핵의 심각성에 대한 정보와 대처 방법 등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모임 측은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악화되는 확률이 성인보다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정보를 피해 부모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문의를 해도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답변해 주는 곳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부모들의 불만과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 질병관리본부 등은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발현될 확률은 성인의 10%보다 높은 30~50%에 이른다"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모네 주홍글씨' 누가 책임=부모들은 2014년 7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균에 감염돼 383명이 잠복 결핵 진단을 받은 바 있다. 'OO병원'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다른 병원에 가거나 어린이 집에 등록할 때 선입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다고 분개했다. '주홍글씨'가 따라 붙는다고 부모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모네여성병원에서 신생아를 낳은 한 산모는 예방접종을 위해 같은 지역에 있는 소아과를 찾았다. 모네여성병원이 찍혀 있는 산모수첩을 내밀었더니 병원 관계자는 모네여성병원 출신이라는 것을 발견한 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박수홍 씨는 "부산에서도 당시 결핵 사태 당시 'OO병원' 출신 신생아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녀 부모들이 큰 불편과 차별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에서도 이 같은 주홍글씨가 따라붙고 있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정부가 결핵안심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았다"며 "가장 기본인 신생아 간호사에 대한 건강검진도 실시하지 않았고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확한 정보와 대처 방법보다는 모두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면서 실망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