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자제재도 안보리 결의 통과 목적
中 이어 러도 北강력 제재 반대 입장…美, 양국 대응 쉽잖을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국과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지만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3국의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서라도 안보리 차원의 제재결의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가까운 중국 등을 압박에 동참하도록 견인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안보리에서 결정되는 대북제재 수위가 문제일 뿐, 제재결의안은 어떻게 해서든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는데, 국제사회 차원에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넘어갈 순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유엔 고위급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안을 '수주일 이내'에 안보리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제재안이 부결될 경우 중국을 정조준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 초강경 독자제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0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돈을 대는 중국 기업과 은행을 겨냥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북원유공급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북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러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안전판이 사라지는 셈이다.
결국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부결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버틸지, 아니면 높은 수준의 제재결의에 동참할지가 관심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추가로 단행되면 중국으로서는 자국 기업을 보호할지,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할지 선택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들어 러시아의 강경자세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 등의 의사를 밝혀왔지만 동북아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발짝 물러서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러정상회담을 비롯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핑계로 동아시아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한미동맹이 지역안보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생명줄로 여기는 원유공급은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 관계 당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북한과 불법 거래한 개인이나 기업이 있다면 가차 없이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31일 행정명령을 통해 러시아에 있는 북한인 은행 대표를 신규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도 이날 싱가포르에서 만나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한권 교수는 "우리가 G20정상회의에서 거둔 성과 가운데 하나가 한국 주도의 북한문제 해결에 주요 국가의 동의를 구한 것"이라면서 "대화를 원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우리가 설득작업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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