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우리 군당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현안보고를 통해 "ICBM이라고 하려면사거리, 재진입, 유도조정, 단 분리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재진입 기술 성공 여부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어 "ICBM의 최고속도가 마하 21 이상이라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열과 압력이 엄청나다. 열은 7천℃ 이상을 견뎌야 한다"며 "북한이 ICBM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최소 7천℃에서 견딜 수 있는 탄두부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4형 발사에서 "(대기권) 재돌입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도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 온도는 25∼45도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는 정상 동작했다"고 주장해 정면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추진 시스템(엔진), 단 분리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의 핵심 기술이다. 사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탄도미사일은 비행 중 대기권 밖으로 나가게 된다. 미사일이 표적에 닿으려면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 이때 필요한 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ICBM 탄두부가 마하 20∼30의 초고속으로 공기 밀도가 높은 대기권에 들어갈 때발생하는 열과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ICBM급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섭씨 6000∼7000도에 달한다. 탄두부의 삭마(ablation) 현상이 일어나는데 탄두부가 안정적인 형태로 깎여야 예정된 궤도를 비행할 수 있다.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3월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군당국은 당시 시험이 섭씨 1500∼1600도 환경의 '기계적 삭마' 시험에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ICBM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삭마' 기술을 검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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