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내포) 정일웅 기자] 기대했던 큰 비는 내리지 않고 그 사이 저수지는 더 메말랐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가뭄상황은 장마기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기상예보가 나온다. 관정개발 등 지역별 가뭄대응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가뭄에 예민해진 지역 주민들 간 마찰이 계속되기도 한다. 충남지역의 현 주소다.
26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주말 대전과 충남지역에는 5㎜ 안팎의 비가 내렸다. 애초 20㎜이상의 비를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로 충청권의 가뭄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올해 장마는 7월 초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상 6월 20일을 넘어서며 장마가 시작됐던 것을 감안할 때 10여일 늦어지는 셈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서 충남의 가뭄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25일 기준 충남 서북부지역에 분포한 35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11.3%로 집계된다. 통상 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일 때 용수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저수지의 위험수위가 턱 밑까지 차오른 것이다.
특히 서산-당진 간 대호호와 태안 송현 저수지, 서산 산수저수지 등 세 곳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저수율 0%를 기록했다. 이중 대호호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으로 메마른 저수지 상황에 화학단지 내 입주시설의 가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대산석유화학단지에는 KCC, 현대오일뱅크, LG석유화학, 삼성토탈, 호남석유화학 등 5개 석유화학 기업이 입주한 상태로 현재 이들 기업은 당진 석문호와 아산공업용수 등 20만톤(일평균)을 수혈 받는 실정이다.
추가로 충남에선 1%대의 저수율을 보이는 저수지가 3곳, 10% 미만의 저수율을 보이는 저수지가 7곳으로 집계돼 녹록치 않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한다.
여기에 대전지방기상청의 7~9월 기상예보에서 대전·세종·충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고기온 속 월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충남지역의 가뭄 난에 시름을 더한다. 또 이 상태가 계속되면 농업·공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식수 등)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제한급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전기상청 관계자는 “내달 충청권의 강수량은 평년 수준을 보이거나 오히려 적을 것으로 예상돼 지역 내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정에 충남은 외부에서 물을 끌어와 급수를 지원하거나 관정 개발로 부족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작업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일례로 천안은 25일 살수차 4대와 산불진화차 5대, 소방차 3대 등 급수지원 차량을 동원해 동면·성환읍·목천읍 등 관내 15개 읍면동(200만851㎡)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논바닥이 말라 갈라진 곳으로 천안은 가뭄을 해소할 만한 비가 내릴 때까지 급수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날 충남도는 공업용수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에 긴급 경영안정자금 100억원을 긴급 편성해 지원키로 하기도 했다. 예산은 관내에 개별적으로 입지한 공장등록 제조업체(산단 및 농공단지 입주 기업 제외)에 지원되며 관정(둥글게 판 우물 또는 둘레가 대롱 모양으로 된 우물)을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용처를 한정했다.
하지만 관정 개발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지역민들의 갈등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생긴다. 최근 충남 서산 해미면 관유리 주민들은 마을에 새로운 관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관정이 막혀 사용할 물이 없다며 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신규 관정을 개발하는 것이 기존의 관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떠나 가뭄에 예민해진 농심(農心)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관정 개발현장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관정 개발을 위해 굴착장비만 설치하려해도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친다”며 “가뭄에 논이 메말라가는 것 이상으로 농민들의 마음도 예민하게 바뀌어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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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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