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 26일부터 24시간 개방
빠른 차량속도·치안 등 일부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승진 기자] 청와대 앞길이 50년 만에 전면 개방된 26일 오전 8시. 경복궁 우측으로 나있는 삼청로를 따라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빗길을 가르며 내달렸다. 경찰의 검문은 없었다. 전날 같은 시간 경찰의 통제로 차량들이 도로 위에 길게 늘어서 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 막혔던 청와대 앞길이 이날부터 24시간 전면 개방되면서 청와대 주변 5개 검문소의 평시 검문은 물론 검문소에 설치됐던 차단막이 모두 사라졌다. 바리케이트는 도로 옆으로 치워졌다. 교통안내초소는 남겨뒀다. 경찰들은 이곳에서 차량들의 서행을 유도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날부터 개방된 곳은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건물인 춘추관과 청와대 정문 앞의 분수대 광장을 동서로 잇는 도로다. 전날까지 청와대 앞길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만 개방됐다. 야간에는 일반 시민의 통행을 제한했고, 낮에는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경찰이 오가는 시민들에게 "어디 가십니까?"라고 물으며 검문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청와대 앞길 개방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비쳤다. 청와대 앞길로 산책을 나온 김모씨(50·여)는 "과거에는 동네 주민인데도 매번 '어디가시냐'고 물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거 같아 불쾌할 때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그런 통제가 없어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기존에는 차량들이 경찰의 검문으로 속도를 줄였는데, 오늘 아침엔 차량들이 너무 빠르게 달려 조금 겁이 났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여)는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되면 한밤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텐데 치안 문제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앞길 개방과 함께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도 자유롭게 허용했다. 과거에는 청와대 정문과 신무문 앞에서만 청와대 방면으로 촬영이 가능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사진기를 꺼내 자세를 취하면 경찰들의 제재를 받았다. 앞으로는 청와대 인근 모든 지역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 조치로 경복궁 둘레길이 서울의 대표 산책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앞길 전면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을 비롯한 시민이 참여하는 '청와대 앞길 50년 만의 한밤 산책' 행사도 열 계획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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