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려운 시기에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SK하이닉스 인수후 반도체 공부에 매달려
-문외한에서 이젠 반도체 전문가로
-뒤늦게 뛰어든 도시바 인수전, 오너십으로 반전성공
-슬로데스이어 서든데스로 혁신주문
-딥체인지 2.0로 '변화와 혁신, 사회적책무' 추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SK하이닉스가 21일 미국과 일본 연합과 함께 일본 도시바 반도체부문을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5년 만에 D램과 낸드라는 반도체의 양대 고지를 모두 선점하는 반도체 제국으로 가는 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SK그룹으로서도 도시바 인수전에서의 성공은 그룹의 성장엔진을 모태인 섬유를 넘어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라는 삼각 편대의 캐쉬카우(현금창출)의 진용을 갖추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룹 역사의 고비마다 최태원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밑바탕이 됐지만 그 이면에는 최 회장의 끊임없는 열공(열심히 공부)이 있었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던 시기나 이번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 모두 최 회장과 그룹으로서는 호(好)시절은 아니었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에 입찰하기로 한 2011년 말에는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 형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된 시기었다. 그럼에도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신성장 동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통신과 반도체가 시너지가 나는 사업임은 분명하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 문외한'이었다. 최 회장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 특강에서 "당시 반도체도 잘 몰랐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돼 한 것이었다"며 "3~4년 하다 보니 이제는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가 바뀌면 유연하게 변신해야 한다. 내가 예전에 반도체를 알았겠나. 해야 한다고 하니까 매일 책도 읽고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이제는 비즈니스 판단을 할 정도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아쉬운 점은 하이닉스 이후 2012년 매물로 나온 일본 반도체기업 엘피다 인수불발이다. 당시 최 회장은 의지가 강했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인수전에 불참했다. 훗날 이를 두고 두고 후회했다고 한다.
이번 도시바 인수전 참여도 안팎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도시바 인수전이 한창일때 출국금지조치로 해외로 나가지 못했고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경영의 보폭을 넓히기 어려웠다. 인수전에도 뒤늦게 참여했다. 애초 10파전이던 인수전은 한미일 3국 연합과 미국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 대만의 홍하이그룹 등의 4파전으로 펼쳐졌다. 인수금액은 미국 브로드컴이 더 높아 애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유력했고 대만 홍하이그룹도 인수의지가 강했지만 일본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한미일 3국 연합이 최종 낙점됐다. 특히 최 회장이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해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면서 인수전의 판도를 SK하이닉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을 맡은 이후부터 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에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왔다. 하이닉스 인수 전후에는 "이대로가면 성장이 정체하다가 고사(枯死)한다면서 '슬로 데스(Slow Death)'를 강조했다. 작년 7월 확대경영회의에서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느린)가 아니라 서든데스(Sudden Death·갑작스러운 죽음)가 될 수 있다"를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 확대경영회의에서 '지속적인 변화·혁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요약된 딥체인지 2.0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이뤄낸 고도성장 속에서 의도치 않았던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발생할 뿐 아니라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SK는 대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SK CEO와 임직원들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최 회장은 이어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들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이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이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하자"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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