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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미국이 버린 세계가 미국을 버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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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미국이 버린 세계가 미국을 버릴수도 강민정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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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지속되었던 미세먼지 사태는 어느 영화 속에서 보았던 어두운 미래사회의 한 장면이 현실로 된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했다. 세상은 온통 회색으로 변하고 숨쉬기 어려운 사람들이 방독면 같은 것을 뒤집어 쓴 채 얼굴을 가리고 걷고 있는 장면, 집집마다 산소통을 들여다 놓아야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는 세상이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북극얼음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하지만, 더 가까운 우리 일상 속에서 자연 생태계 파괴 사실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꽃들의 출석표가 뒤죽박죽 되어버렸다는 걸 알게 된다. 개나리, 목련, 진달래, 라일락, 아카시아와 장미가 나름의 순서로 꽃을 피우며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던 시절은 과거시제가 되어버렸다. 5월 말이면 해수욕장이 사람들로 붐빈다.

인간은 하늘과 바다에 금을 그어 놓았지만 기실 하늘에는 경계가 없고 바다에도 경계가 없다. 미국의 하늘과 일본의 바다가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일 수 없는 게 현실 아닌가. 그래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비롯해 지구 환경 파괴를 막아보려는 각종 노력들은, 실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한 것이면서 결국 인류의 일상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요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여기저기서 확인된 후에야 세계는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나가는 것처럼 생생한 공포가 아니기에 '환경문제는 과장된 것이며 심지어 거짓말이기까지 하다'는 투로 공공연히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그 중 하나다.

지난 1일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다. 그래서 미국의 탈퇴는 다른 어떤 나라의 결정보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인데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는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왔던 터였지만 그래도 설마 했었다. 그러나 '팍스아메리카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마당인데도 상식을 던져버리는 '설마'가 그렇게 간단하게 현실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는 미국 산업자본가들이 강력히 저항한 결과다. 자본주의는 원래 개별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기초해 작동된다. 그러니 세계적인 환경파괴와 기상이변보다는 당장의 이익추구가 중요하다는 그들의 요구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를 우선시 하는 시장경제사회라 해도 어떤 개인이나 개별기업의 자유가 사회 전체의 안녕과 균형을 깨뜨리는 경우에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이 인류 전체의 존립과 관계되는 경우에는 더 그러하다. 개별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사회나 국가, 나아가 인류 전체에 대한 전망 속에서 그들이 갖는 한계를 보정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가들과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인류는커녕 미국이라는 국가만이라도 전체적으로 조망할 눈조차 상실한 듯 보인다. 무슬림과 히스패닉계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감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민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의 대통령이기를 자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미국 내 백인만으로 한없이 스스로의 입지를 좁혀가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이 버린 세계가 미국을 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의 불행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강민정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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