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금호타이어에 이어 금호고속 인수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오랜 염원인 '그룹 재건'도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옛 지주사인 금호산업 내 사업부에서 출발해 지금은 그룹의 운명을 결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 회장은 그룹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경영악화로 2010년 1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가 2014년 12월 졸업했으며, 현재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진행중이다.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논란과 이에 따른 그룹 위기설로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을 되사와 그룹 재건의 화룡점정을 완성하려 했던 박 회장의 꿈도 위태롭게 됐다.
◆주주협에서 선임한 박회장…배임 논란= 상표권 사용료를 올려달라는 박 회장 측의 수정제안과 관련해 지난 12일 열린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다소 험악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박 회장의 배임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지위를 가진 박 회장이 상표권을 이용한 매각방해 행위를 하고 있지만 채권단이 위임한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지위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박 회장이 상표권으로 매각방해 행위를 계속 이어갈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주주협의회는 2010년 금호타이어의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금호타이어를 되사갈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후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오히려 워크아웃 이전보다 악화됐지만 박 회장은 채권단이 위임한 대표이사 지위를 져버리고 우선매수권자로의 지위만 이용해 매각방해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주주협 금융기관 채권 회수 움직임= 무엇보다 채권이 손상되는 걸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채권단 내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주주협의회 금융기관인 S사는 전체 약 560억원 규모의 채무 상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해외 채권액 8861억원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채권액 규모는 4792억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 채권단에 소송전을 선언하고 각을 세우며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만기 채권 1조3000억원의 연장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경영자로서의 책임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불발 시 만기 연장을 앞둔 국내외 채권이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유동성이 부족한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이 여신에 대한 담보로 잡고 있는 금호홀딩스 지분 40%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그룹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
박 회장 등은 금호홀딩스의 지분 65.09%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에 이어 금호고속 인수가 차질이 빚어지면서 박 회장의 자금압박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금호산업 인수에 개인자금을 끌어쓰면서 박 회장의 한남동 자택도 올 2월 추가 근저당설정이 이뤄지면서 80여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