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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10개국을가다]"美 보호무역 기조 냉철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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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10개국을가다]"美 보호무역 기조 냉철한 대응 필요" 싱가포르국립대학 내 위치한 싱크탱크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에서 산치타 바수다스 수석연구원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현황과 위기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사진=노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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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 무역 기조를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등 전 세계로 보호 무역 기조가 만연해질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

4월 말 싱가포르국립대학 내 위치한 싱크탱크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에서 만난 산치타 바수다스 수석연구원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처한 위기에 다소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아세안이 점진적인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갑자기 불거진 보호무역이란 변수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주창하기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치타 수석연구원은 "보호 무역은 어느 한 나라가 시작하면 주변국에 파급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아세안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저임금 노동력의 유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세안은 이를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다"면서 "아직까지 아세안 내 노동력의 이동은 속도가 느리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트럼프 정부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미국 무역 적자에서 아세안은 비교적 자유롭다. 아세안의 대미 무역 흑자는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기조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중국을 통해 미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회원국이 걱정이다. 이들은 상당 부분 타격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산치타 수석 연구원은 미국의 변화가 중국을 통해 아세안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국이 아세안의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아시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다른 아시아 국가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아세안의 최대 무역파트너이며 아세안은 중국의 세 번째로 큰 무역상대국일 만큼 이미 아세안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다. 양자 간 무역규모는 1991년 이후 매년 평균 18.5%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현재 4721억달러로 증가했다. 오는 2020년 아세안과의 무역 규모가 1조달러(약 1118조원), 투자 규모는 1500억달러(167조7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최근 아세안이 통합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안타까워했다. 지난 4월 말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정상회담 성명서에서 중국의 권리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완벽히 분리하는 데 회원국의 뜻을 한 데 모으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산치타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이슈로만 아세안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세안은 정치·경제·사회 문제 등 분야별로 노력하고 있다. 아세안 통합 성과는 여러 방식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남중국해는 그중 일부분일 뿐이다"고 역설했다. 한편으로는 "아세안 회원국의 정치적 상황과 관심사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인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 가지 정책이 각 나라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세안이 거둔 성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부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관세 철폐를 들 수 있다"면서 "무역 증명서 등을 간소화하는 등 절차의 효율성을 꾀했으며, 아세안 내 무관세 비율을 극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현재 아세안 전체적으로 평균 95.99%의 무관세율을 기록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아세안 내에서 싱가포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싱가포르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세안에 진출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은 싱가포르에 거점을 세우고 있다. 항만, 도로, 항공 등 잘 발달된 교통 인프라 덕에 아세안의 무역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이미 선진국으로 자리 잡은 싱가포르가 후발주자인 저개발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ISEAS 유소프 이샥 연구소=산치타 수석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싱가포르국립대학 내 위치한 연구센터로, 싱가포르 초대 대통령인 유소프 빈 이샥의 이름을 딴 연구기관이다. 이곳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정치, 안보, 경제, 사회 동향에 대한 연구로 전문적인 기관이다. 지명도ㆍ정부 정책에의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매긴 싱크탱크 랭킹(Global Go To Think Tank Index)에서 2016년 기준 동남아시아지역 12위에 올랐다. 산치타 수석연구원은 이곳에서 아세안의 지역 통합과 경제발전, 교역 등의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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