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필요없는 파일 일지라도
유출시 피해는 돌이킬 수 없어
USB·외장하드·클라우드 등
안쓰는 파일은 무조건 지워야
파일정리하면 해킹시 피해도 줄고
향후 업무효율도 상승 일석이조
랜섬웨어니 파밍이니 피싱이니, 사이버테러 소식은 계속 들려온다. 특수문자와 숫자, 알파벳을 조합해 길고 복잡한 비밀번호를 만든다. 컴퓨터를 수차례 재부팅해가면서 보안업데이트를 한다. 숨막히는 액티브X도 설치하라는 대로 설치한다.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다.
이 모든 것에 앞서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 '디지털 쓰레기' 청소다.
현대인은 복수의 이메일 계정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가입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 메일 계정도 있다. 수년째 서랍장에 처박혀있는 USB도 여럿 있다. 다운로드 폴더에는 첫 저장 이후 수년째 잠자는 파일도 있다. 굳이 필요하지 않으며 없어도 되는 파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정작 이 파일들이 유출되면 그 피해는 막대하다. 해커들에 의해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원하는 가족사진이나 아끼는 동영상파일 등을 언제 어디서나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는 것은 디지털혁명의 축복이다. 그러나 보관하고 싶지 않았던 파일, 그럴 이유가 없는 파일도 보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을 안고 사는 셈이다.
이메일은 해킹당할 수 있고, USB는 분실할 수 있다.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분실자가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USB와 이메일에 보관된 파일이 거의 없기를."
마이클 카이저 미국사이버보안협회 전무이사는 "당장에 보유한 데이터량이 너무 작아서 혼란을 겪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우리가 관리할 수 없을 만큼의 너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때다. 분실, 도난 시에는 데이터풍요가 데이터재앙이 된다"고 말했다.
3일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디지털청소를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몇가지 제시했다. 핵심은 "지워라, 삭제하라"이다.
◆물리적 데이터장치들을 처분하라=더 이상 필요없는 오래된 CD, USB, 외장하드는 폐기하는게 좋다. 만약 다락방에 플로피디스크가 있다면 그것도 잊어선 안된다. 오래된 PC와 저장장치가 있다면 필요한 자료만을 백업하고 없애자.
그 다음은 지금 사용 중인 장치다.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수두룩하다면 우선 그것부터 정리하자. 폴더를 만들고 파일을 정렬한다. 이 작업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해킹시 유출될 파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작업의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당장에 중요한 파일이 살아남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세우는데도 좋다.
◆불필요한 이메일은 즉시 삭제…클라우드도 안전지대는 아니다=가장 세심히 살펴야할 부분은 이메일이다. 해커에게 이메일 계정은 매우 가치있는 목표다. 이메일은 본인에 대한 정보뿐만아니라, 해킹 피해자가 맺고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하기에 앞서, 필요없고 더 이상 읽을 일이 없는 이메일을 삭제해야 한다. 특히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이메일 계정을 없애는 것도 해킹 피해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USB와 마찬가지로, 드랍박스·구글드라이브 등의 무료 대용량 클라우드에도 불필요한 파일이 다수 저장돼 있을 것이다. 그런 파일도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
◆안쓰는 디지털 계정도 지워라=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앱·프로그램을 삭제하자. 혹시 사진을 찍으면 무료클라우드 4곳으로 동시에 업로드 되지는 않는지? 백업은 소중하지만 4곳에나 둘 필요는 없다.
혹시 2016년에 설치한 다이어트앱이 아직도 깔려있진 않은지 살펴보자. 어차피 포기했거늘, 굳이 그 앱을 설치하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얼른 삭제하자. 괜히 2016년 몸무게가 남들에게 공개된다. 안쓰는 앱을 삭제하는 습관만 있으면 이런 우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앱과 프로그램을 삭제하기 전에 계정부터 탈퇴해야 한다. 물론 계정을 삭제했다고 해서 해당 앱 개발사가 모든 데이터를 지우진 않는다. 그러나 계정 비활성화를 통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데이터 수집을 차단할 수 있다. 예컨대 피트니스앱은, 데이터 수집을 언제 허용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걸음수, 심박수, 현재 위치를 추적하고 수집하고 있다. 계정 비활성화를 통해 그러한 데이터 수집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나름의 디지털청소를 하고나면, 우선 정갈해진 PC바탕화면,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볼 수 있다. 미뤄둔 빨래와 설거지를 해낸 것처럼 뿌듯하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안끝났다. 휴지통이 가득 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휴지통 비우기'다.
'언젠가 다시 쓸 일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삭제하지 않고 쌓아둔 데이터는 일종의 '디지털 지문'이다. 해커는 그걸 노린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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