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지원제도 허술, 사회적 편견도 장애물...브로커도 판쳐...개선책 마련 시급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화제가 됐던 '문재인 구두'를 제작한 사회적기업이 이미 지난 2013년 현실적 한계로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기업의 현 주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ㆍ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정책적ㆍ물적 지원이 이뤄졌지만 여러 문제점ㆍ사회적 편견 등이 걸림돌이 돼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이미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25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정부가 2007년 7월부터 시행한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올해 5월 현재 전국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활동 중인 곳은 1741개소다. 2007년 이후 3386개 기업이 인증을 신청해 1975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으며, 이중 234개는 문을 닫았다.
지역 별로는 서울이 299개소로 17.2%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기 292개소(16.8%), 경북 110개소(6.3%), 전북 109개소(6.3%), 강원 105개소(6.0%), 인천 101개소(5.8%), 부산 96개소(5.5%) 등의 순이다. 설립경로 별(중복 집계)로는 '문재인 구두'(상표명 아지오ㆍAGIO)로 유명해진 '구두를만드는풍경'처럼 장애인 작업장은 137개소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가 인증에 성공한 곳이 1071개소, 자활기업 167개소, 협동조합 151개소, 마을기업 34개소, 농어촌 공동체 회사 9개소, 기타 444개소 등이다.
설립 목적 중에는 일자리 제공형이 1205개소(69.2%)로 가장 많다. 사회서비스제공형 111개소(6.4%), 지역사회공헌형 75개소(4.3%), 혼합형 168개소(9.7%), 기타 182개소(10.4%) 등이다. 서비스 분야 별로는 문화예술이 210개소(12.1%)로 가장 많다.
청소 175개소(10.0%), 교육 14 6개소(8.4%), 환경 11개소(6.4%), 사회복지 110개소(6.3%), 간병ㆍ가사지원 95개소(5.5%), 관광ㆍ운동 41개소(2.3%), 기타 807개소(46.%) 등이다.
이같은 사회적기업들은 영리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서비스의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인증 제도를 도입해 사회적기업들에게 인건비ㆍ경영자금 지원과 조세 혜택, 컨설팅 등 각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신발 1대1 기부 사회적기업인 탐스(TOMS)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규모를 키워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사회적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일선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육성 정책에 많은 문제점이 있고 사회적 편견도 큰 장애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인증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경기도 소재 한 장애인 작업장은 몇년 전 사회적기업 인증에 도전했다가 좌절만 맛 봤다. 사업의 취지나 효과, 사업성 등은 아랑곳없이 재무제표나 세금ㆍ공과금 체납 여부 등만 따져 인증 여부가 결정되더라는 것이다.
이 작업장 관계자는 "실사도 제대로 안 하고 서류만 보고 판단하면서 몇 달 전 단 한 번 밀렸던 부가가치세 체납 실적이 문제가 돼 결국 탈락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출발한 영세한 사회적기업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산더미같은 서류만 뒤적이면서 보신주의에 몰두하는 관료들의 모습을 보고 좌절했다"고 호소했다.
이러다 보니 서류작성ㆍ로비 등을 통해 인증서를 따줄 테니 수수료를 달라는 '브로커'들도 활개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관련 기관 출신들로 보이는 사설 컨설팅 업체들이 접근해 인증을 따줄 테니 매출액의 5~10%를 달라고 하더라"며 "결국 이들을 통해 뒷돈이나 리베이트를 얼마나 제공하느냐가 인증의 관건 중에 하나였다"고 전했다.
인증을 받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4대 보험료 일부 지원ㆍ전문인력 인건비 지원ㆍ공공기관 우선 구매ㆍ각종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으려면 또 다시 신청ㆍ응모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연의 업무인 사회적 활동ㆍ서비스 제공을 통한 영리ㆍ복지 창출보다는 각종 증빙서류를 준비하고 복합한 지원 프로그램 요건ㆍ절차를 숙지ㆍ이행하는 데 급급하다.
사회적기업가 김현숙 맘잡고 대표는 최근 한 칼럼에서 "온갖 규제와 까다로운 증빙자료의 마련을 위해 본업에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지금의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는 줄세우기를 통해 기초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한계와 함께 사회적 편견도 큰 걸림돌이다. 유석영 전 구두를만드는풍경 대표는 24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구두를 팔기 위해 식당에 갔더니 (거지인줄 알고)1000원짜리 한장을 주면서 그냥 가라고 하더라"며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것 이런 편견이 제일 어려웠고 또 그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은 아무래도 품질이 낮고 장애 투성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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