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20년만에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S&P는 지난 19일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인 '정크' 등급인 'BB+'에서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BB-'로 한 단계 상향했다.
S&P는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실적인 예산관리에 초점을 두면서 세수 부족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한 조세사면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신용등급 상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은닉자산을 신고할 경우 최소한의 세금만 물리고 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정책을 통해 4881조루피아(약 410조원)에 달하는 '검은 돈'을 양성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도로, 항만, 건설 등 핵심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고 최근 수출과 내수가 함께 살아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S&P가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이다. S&P는 1996년 인도네시아에 'BBB' 등급을 매겼다가 1997년 'BBB-'로 한 단계 낮췄고 외환위기가 본격화하자 투자 부적격인 'BB+'로 하향한 뒤 이를 줄곧 유지해 왔다.
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S&P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등급 조정을 보류했다.
이제 S&P까지 신용등급을 상향하면서 정크 등급에서 완전히 탈출하게 된 인도네시아 정부는 향후 해외투자 유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될 경우 약 50억달러(5조6000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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