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사안따라 오월동주
일자리 추경…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반대 설득 과제
소득세·법인세 인상…증세 주장 전략적 연합 가능
반문연대 127석 확보시 법안통과 저지할 듯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 시대 개막으로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닻을 올리기도 전에 협치(協治)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인해 여당은 독자적으로 법안을 입안할 수 없는 처지다. 국회 과반 의석인 180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야당을 설득해 어떻게든 손을 잡아야만 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재벌개혁이나 증세처럼 야권에서도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 있는 반면에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야당들의 반대에 부딛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의석수가 120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의원의 사퇴로 현재 국회의원의 총 재적은 299석이며, 이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새누리당 1석으로 나머지 5석은 무소속이다.
법안 처리가 가능한 의석인 180석을 확보하려면 야당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21대 총선이 예정된 2020년까지 여야의 치열한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예고된다.
당장 문 대통령은 하반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 편성이 미지수다. 올해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에 사용될 재원이다.
소방관을 포함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경찰, 근로감독관, 환경감시원, 출입국관리 사무원, 국립검역 사무원, 부사관, 군무원, 교사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추가 채용과 교육훈련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 및 법정 부담금은 9월에 편성되는 2018년도 본예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편성요건에 부합하는지 등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추경 편성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최근 실업문제가 이러한 요건에 해당되는지 각 당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업자 증가 수는 46만6000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지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 이후 계속 줄고 있다.
한국당을 포함해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대부분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추경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 후보의 추경 편성 공약에 반대했으며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증세 논의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복지 등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와 관련해서는 일정 수준에서 동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국민의당(40석)은 물론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과 전략적 연합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대 186석을 확보할 수 있다.
유승민 후보는 평소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대부분 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홍 후보 역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부분을 감축하는 것에는 동의하는 만큼 증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역시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당마다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시점이나 방법론과 같은 각론에서는 서로 다른 수단을 제안했던 만큼 실무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으로써 최악의 경우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이 '반문(反文) 연대'를 강화하는 시나리오다. 무소속 의원까지 추가해서 최대 127석을 확보하면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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