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총선서 과반의석 확보가 코앞 과제…가장 큰 난제는 경제 살리기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중도 신당 '앙마르슈(En Marcheㆍ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프랑스의 이번 대선은 '데가지슴(degagisme)'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된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판에서 유행 중인 '적폐청산'과 비슷한 말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데가지슴이라는 단어가 언론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하다시피 한 것은 지난 30여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국제무대에서 추락한 프랑스의 위상 탓이다. 이로써 기성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은 모두 탈락하고 '이단아'들이 전면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세대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청년층의 87%가 정치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99%는 기성 정치권이 부패했다고 답했다. 기득권 세력, 특히 기존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는 향후 대대적인 정치개혁 압박으로 이어질 듯하다.
마크롱의 앞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하원 의원 577명을 결정하는 총선이 당장 다음달 11일ㆍ18일 두 차례 치러진다. 다음달 총선에서 앙마르슈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크롱은 임기 내내 거대 야권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앙마르슈가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과반 의석까지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구에서는 공화당과 사회당의 아성이 여전히 강고하기 때문이다.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는 앙마르슈를 중심으로 공화당ㆍ사회당 내 범중도파가 연합하는 연정이나 '코아비타시옹(동거정부)' 구성이다. 그러나 마크롱은 지난달 29일 일간 르피가로와 가진 회견에서 "공화당ㆍ사회당과 연정하는 게 아니라 양당에서 앙마르슈로 합류하는 정치지형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재 풀이 협소한 마크롱은 검증된 공화당ㆍ사회당 인사를 내각에 어느 정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총리 등 내각 구성원을 기존 좌우 진영에서 고루 가져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여전히 10%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25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은 무려 25%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 중 80%는 단기 계약직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7%에 이르는 비대한 공공 부문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롱은 막강한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자기 소신대로 노동유연화를 밀어붙였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경우 임기 내내 추진력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 10명 가운데 4명이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와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들은 노동규제 완화, 자유무역, 세계화에 강력히 반대하는 인물이다.
프랑스의 대통령 임기는 2002년 7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따라서 짧은 5년 안에 대통령이 더 적극적인 역할로 성과를 내야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5공화국 헌법에서 구현된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점증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위협도 난제다. 프랑스의 무슬림은 500만명으로 이슬람교가 가톨릭에 이어 프랑스 제2의 종교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한 후보들의 득표율이 49%에 이른다. 따라서 마크롱은 비대한 EU 관료주의를 개혁하고 EU에 주권을 빼앗겼다는 국민의 피해의식도 풀어줘야 한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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