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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눈 뗄 수 없는 '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7초

대중에 알려진 인물들, 해석 더해 재창조
단색으로 강렬한 채색 못·드릴로 긁어 질감 완성
세계 미술애호가들 사로잡아 수억대 팔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눈 뗄 수 없는 '눈' 강형구 작가 [사진=스카이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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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범상치 않은 외모다. 깔끔한 슈트 차림에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게 늘어뜨린 은빛 머리칼, 잘 다듬은 턱수염까지. 르네상스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를 보는 듯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진지한 눈빛과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내가 다 빈치를 존경한다. 단순한 화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흉내 내거나 멋을 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외모로 자기 직업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 생활이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이다."


서양화가 강형구(63)는 오로지 초상화(자화상 포함) 작업에만 몰두한다. 화가는 "관람객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고 그림 속의 눈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항상 눈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신작에선 '응시'를 강조했다"고 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눈 뗄 수 없는 '눈' 매드맨(MADMAN) 캔버스에 유화 130x194cm 2017



그가 그리는 대상은 아돌프 히틀러(1889~1945)부터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오드리 햅번(1929~1993), 메릴린 먼로(1926~1962),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윈스턴 처칠(1874~1965) 등 대중에게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사진을 기초자료로 삼지만, 작업할 때 그대로 그리지는 않는다. 완전히 뒤바뀐 이미지가 나오기도 한다. 작가의 해석을 더해 재창조한다.


인물이 아닌 '시대를 그렸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초상화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가령 작가로서 열 장이나 백 장 정도를 그렸다면 그것은 초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작품으로 천 장, 만 장을 그렸다면 이는 분명 하나의 시대를 그린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단색으로 표현한 인물의 세밀한 묘사와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강형구는 붓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먼로의 머리카락, 다빈치의 수염 등은 전동드릴로 긁어냈다. 그는 "못, 지우개, 이쑤시개 등 주로 생활도구로 그린다. 스케치 대상이 결정되면 큰 화폭으로 옮기기 위해 밑작업을 하는데 단색 유화물감으로 명암과 질감을 표현한다. 이후 도구를 활용해 긁어내며 점차 완성해 간다"고 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눈 뗄 수 없는 '눈' 다 빈치, 캔버스에 유화, 91x117cm, 2017(사진 왼쪽)/ 처칠의 눈, 알루미늄 패널에 유화, 145x140cm, 2017



화룡점정. 작품 속 인물의 눈은 매우 중요하다. 유독 선명하게 처리된 눈은 관람객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화가가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다.


"눈만큼은 자료에 의거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안광을 표현할 때 사진대로 그리면 평범해질 수밖에 없다. 흰자위에 광을 내기도 하지만, 수정체를 빛나게 하기 위해 흰자위를 까맣게 표현하기도 한다. 알루미늄 패널에 광을 내려면 사포로 계속 다듬고 닦아내야 한다."


머릿속에 작품을 항상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보통 대형 작품 열 점을 동시에 진행한다. 6개월에 열두 점 정도 제작한다. 그는 "나는 큰 그림에 익숙하다. 개인전도 매년 연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초상화 같은 극사실적인 그림이 인기가 없는 요즘에도 그 강렬함이 수집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형구는 2007년 말,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모인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빈센트 반 고흐 블루'는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고흐의 내면을 표현했다. 작품은 당시 457만 홍콩달러(약 7억6000만원)에 팔렸다. 이외에 자화상과 앤디 워홀도 억대를 기록했다. 세계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관심도 크다. 2015년 말에는 북경의 '파크 뷰 그린' 미술관에서 6~7m이상의 대형 작업을 현장 시연하기도 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눈 뗄 수 없는 '눈' 북경원인(Peking Man), 캔버스에 유화, 290x280cm, 2015



그는 "관람객의 감상이 작품의 완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창작자보다 감상자로 남고 싶어 한다. 그는 "의사는 환자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내가 창작자라 하더라도 오만 때문에 감상자를 차별하면 안된다. 그러면 자유로울 수 없다. 창작자라는 생각을 벗어버리니 표현할 것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했다.


강형구가 참여한 '2017 아틀리에 스토리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렸다. 회화, 입체, 조각 및 설치, 공예 작품 150여 점이 공개된다. 지난 6일 문을 연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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