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과학기술정책 아우르는 통합조직 필요하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오는 5월9일 대선이 끝난 뒤 차기정권에서 과학기술 관련 정부 조직은 어떤 형태를 갖출까.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다. 각 대선캠프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체'는 확정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차기정권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조직(Integrated Control Tower)'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 조직은 예산배분 권한을 갖고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부처별 분권화된 조직보다는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통합조직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감독보다는 심판을 맡으려는 정부 역할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과학기술혁신본부와 비슷한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보고서 발간의 책임자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나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예산권을 가지는 막강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버넌스 개편과 함께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하는 탑다운(하향식) 방식의 정책결정 과정이 연구주체 중심의 바텀업(상향식) 또는 미들업다운(middle-updown) 방식으로의 혁신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량적 평가는 지양해야 할 항목이라고 분석했다. 한림원 측은 "과학기술인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정한 단기·가시적 성과지표인 논문수, 특허수 등의 정량적 성과지표 달성에 깊숙이 매달려 있다"며 "정부가 막강한 자원배분 권한을 가지고 과학기술인들의 연구과정 관리에 깊이 개입함으로써 자율적 연구수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대한 개혁도 주문했다. 한림원 측은 "정부가 출연연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 임금 피크제, 비정규직 비율 할당 등과 함께 PBS(성과중심 예산) 제도의 원칙적 폐지가 있어야 한다"며 "출연연의 자율성 강화에 따른 연구자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출연연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도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낙하산 인사를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한림원 측은 "자율적 인사시스템 도입을 통해 출연연 기관장을 선정할 때 해당 연구기관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후보가 초빙될 수 있도록 청빙위원회(Search Committee)의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철 한림원 원장은 "국가가 중점 지원해야할 바이오, 에너지, ICT, 환경, 국방, 우주항공 등은 기존처럼 미션 중심의 연구과제 기획이 필요한데 기초와 원천연구에서는 연구자들의 자율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기초연구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그 중에서 일부가 성공하면 국가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는 선진국형 연구개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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