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내놓은 통신비 인하 공약에 대해, 관련 업계는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8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기본료는, 특히 음성 통화를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과 사회취약 계층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통신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11일 발표했다.
문 후보는 "기본료는 통신망을 깔고 통신설비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라며 "LTE 기지국 등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업계가 그간 2019년 5G(5세대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준비하면서 관련 설비 투자가 시급하고, 이후 유지관리에도 적잖은 비용이 예상된다며 반대해 온 정책이다.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기본료(1만1000원)를 폐지한다고 하면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 든다"며 "사실상 기업 활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설비 투자는 진행 중이며 운영·관리에 있어서도 적지 낳은 금액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는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지급하는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휴대폰 제조업체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법이 개정될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제안했으나 제조사,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 아래 통과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 이통사 별로 지원금이 공개된다면 오히려 서로 지원금을 많이 책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더 많은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단말기 지원금 가운데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과 이동통신사가 지원하는 금액을 별도 표시해 고가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며 "제조사와 기재부의 반대로 좌절된 분리공시제를 추진해 국민 부담을 덜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가 제시한 지원금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도 의견들이 엇갈린다. 지원금 상한제는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법 도입 당시에 포함된 규제다. 당시 정부는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해 이용자 차별을 줄인다는 방침이었다.
문 후보는 "단말기 가격이 1대 당 100만원에 육박하고, 우리나라 제조사의 똑 같은 제품을 미국에선 21%나 더 싸게 살 수 있다"며 "이동통신 3사가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서, 단말기 구입비용을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될 경우 통신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일어날 것이며 단말기 가격은 내려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창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통신정책과 미디어 R&D의 방향' 세미나에서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 된다고 하더라도 보조금 크게 늘어날지는 모르겠다"며 "현재도 상한에 맞춰서 지급되는 경우 거의 못봤다"라고 말했다.
관련 제도 폐지시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 파워를 가진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보조금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중혁 아틀라스리서치 부사장은 "오는 10월 지원금 상한제가 풀리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더욱 거세게 도전하면서, 제조사발 보조금 전쟁까지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같은 통신비 인하책을 향후 5G 주파수 경매시 반영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주파수 경매와 통신비 인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입찰자간의 공정 경쟁이라는 틀이 주어진 경매에서 어떤 식으로 통신비 인하 성과를 반영해 입찰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문 후보는 전국 모든 공공시설에 공용와이파이 설치 의무화, 매달 쓰고 남은 데이터 다음 달 이월 조치, 취약계층을 위한 무선인터넷 요금제 도입, 한·중·일 3국간 로밍 요금을 폐지 등의 공약도 발표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공공와이파이 확충은 그간 정부가 시행하겠다고 해 온 사안이며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데이터 이월제는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며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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