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경상수지 84억달러 흑자…반도체·석유제품 등 수출 호조세
서비스수지 27개월째 적자…운송수지 적자폭 역대 최대
대미 무역수지 전년동월대비 27% 감소…정보통신기기 수출 감소 영향
"경상수지 흑자 무조건 좋은 건 아냐…환율조작국 관련 문제 삼을 수 있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난 2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60개월 연속 흑자를 내면서 최장기간 흑자기록을 또 깼다.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폭이 약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흑자폭도 늘어난 반면 서비스 수지는 여행ㆍ운송 수지 적자로 27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달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대비 줄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7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합산한 경상수지는 84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상품수지 흑자액은 10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서비수수지의 경우 22억3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월 큰 폭으로 늘었다. 전월(52억8000만달러)보다는 31억2000만달러(59.0%), 전년동월대비로는 7억8000만달러(10.2%) 증가했다.
이를 견인한 건 수출 호조세다. 2월 상품수출은 446억3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3.50% 늘었다. 이는 2011년12월(24.7%) 이후 62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석유제품과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서다. 상품수입은 340억8000만달러로 20.2% 증가했다. 덕분에 상품수지 흑자액은 10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9월(106억623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2월 대미(對美) 무역수지는 전년동월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대미 수출액 53억1000만달러, 수입액 37억5000만달러로 대미 무역수지는 15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전년동월(21억6000만달러)보다 27.7% 줄었다. 대미 무역에서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정보통신기기 수출액이 12.5%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것 자체가 일단 무조건 좋다고만 볼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소비, 투자 부진으로 우리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방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은 한국 보다는 중국, 독일, 멕시코 등이 가능성이 더 높지만 경상수지, 무역수지 규모 자체는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재무부는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법(BHC법안)에 따라 대미(對美)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이상 외환 순매수 등 세 가지를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대미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다.
한편 서비스수지는 2014년 12월부터 27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운송수지는 글로벌 해운업 불황으로 적자액이 5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엔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낮아지면서 단기계약하는 운송사가 줄어든 영향도 컸다.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여행수지는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억7000만달러 적자로 27개월째 적자를 냈지만, 해외출국자 수가 2월 223만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영향이 컸다. 중국인 입국자수는 오히려 전년동월대비 8.1% 늘어났다. 한은은 3월이 돼서야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이 본격화된 걸로 보고 있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의 한국 입국이 크게 감소해 3월 여행수지를 봐야 그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중국 수출도 2월 28.8% 증가한 걸로 나왔고, 사드 보복 영향은 전체의 5.9%에 불과한 소비재에만 해당돼 그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자, 배당소득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는 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배당지급이 늘어나면서 전년동월(8억3000만달러)와 비교해 흑자 규모가 축소됐다. 이전소득수지는 5억5000만달러 적자로 전년동월(20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2월 금융계정은 92억1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외국인 증권투자가 66억8000만달러 증가했고, 주식은 8억5000만달러, 채권은 58억3000만달러 늘었다. 내국인 해외증권투자는 75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주식과 채권투자가 각각 35억4000만달러, 40억1000만달러 늘었다.
파생금융상품은 15억8000만달러 감소했고, 기타투자는 자산이 71억8000만달러, 부채가 13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준비자산은 1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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