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구글, 우버 등 플라잉카 개발 경쟁 뜨거워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뤽 베송 감독의 1997년 영화 ‘제5원소’는 2259년 미래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제5원소에서 뉴욕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들이 가득한 첨단 도시로 그려졌다. 관객들은 주인공인 브루스 윌리스가 플라잉카(비행 자동차)를 타고 적들과 싸우는 모습에 매료됐다. 지금은 특수효과가 가득한 SF영화를 많이 볼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정도로 뛰어난 특수효과를 구현한 영화는 흔치 않아 큰 인기를 끌었다.
제5원소는 우리가 플라잉카를 타게 되는 것이 200년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플라잉카를 타게 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항공사 에어버스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율 주행 및 비행이 가능한 모듈형 플라잉카 팝업(Pop. up)을 공개했다. 팝업은 이용자가 탑승하는 부분을 모듈형으로 제작해 평소에는 도로에서 자율주행 하다가 필요시 드론에 연결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게 했다.
에어버스는 팝업과는 별개로 바하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수직이착륙 자율비행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1인용 전기 비행기로 택시로 쓰일 예정이다. 팝업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나 출시 시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하나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시제품이 나올 계획이라고 에어버스는 밝혔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도 올해 1인용 드론택시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드론업체 이항은 ‘이항184’라는 1인용 드론택시를 개발해 오는 7월쯤 두바이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비행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만든 이 항공기에는 승객이 혼자 탑승해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 단추를 누르면 목적지까지 자동 운항하는 방식이다. 이항184는 현재 100회 정도 자체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는 2030년까지 개인 운송수단의 25%를 전기로 작동하는 무인 운전 방식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버와 구글 등 미국의 거대 IT기업들도 플라잉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항공 전문가인 마크 무어 미항공우주국(나사)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최근 영입했다.
무어는 2010년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크기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전기 동력 항공기 개발 이론을 담은 백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나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인 무어는 우버의 수직이착륙(VTOL) 운송체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팀에 합류했다. 우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 내 항공택시를 현실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2010년부터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소형 수직이착륙기 개발에 나섰다. 페이지가 후원하는 기업은 지에어로(Zee.Aero)와 키티호크(Kitty Hawk)다. 두 회사 모두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다. 페이지는 이들 회사에 1000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잉카 대중화 위해 극복해야할 단점 많아
다만 플라잉카가 실제 상용화되더라도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플라잉카가 비행기나 헬리콥터로 구분된다면 단순한 운전면허증이 아니라 비행사 자격증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비행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자동차 운전과는 달리 훨씬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배워야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된다면 면허증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인용 드론의 경우 구입을 위해 최소 수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크기가 크면 클수록 가격은 수십억원 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하늘만 올려다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날씨에 민감한 비행기의 특성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비행기는 기류의 변화라든지 날씨에 매우 민감하다. 날씨 나쁜 날에는 아예 운전을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플라잉카가 대중화되려면 이같은 여러 가지 단점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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