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이 엇박자를 반복하며 시장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근거 없는 전망·컨트롤 타워 부재 등 앞서 ‘국내 1위 해운사의 공중분해’라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왔던 ‘따로국밥’ 행보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선정국을 맞이한 정치권의 입김마저 강해지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이 ‘잡탕’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은 지난해부터 불협화음을 이어왔다. 대우조선의 법정관리에 따른 손실규모가 59조원이라는 금융위와 달리, 산업부는 17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만들 당시에도 산업부는 금융위와 달리 대우조선을 정리하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었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이견이 잇따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문제는 방향을 이끌어갈 큰 밑그림도, 컨트롤타워도 없다는 점이다. 특히 '59조원 vs 17조원' 해프닝은 범 정부차원의 통일된 밑그림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59조원은 도산 후 선박수주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고, 17조원은 법정관리 신청 뒤 기수주 선박 건조를 위한 자금지원방안이 인가됐을 때 피해를 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최근 ‘추가 지원은 없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깨고 대우조선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도 업황에 대한 오판이 배경이 됐다. 연 115억달러 가량 수주할 것이라고 내다본 정부 예상과 달리 대우조선은 지난해 15억4000만달러 수주에 그쳤다. 한진해운 때와 마찬가지로 부처 간 입장을 교통정리해야 할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따로국밥 행보는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사채권자 집회에 악영향만 주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당장 다음달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연말까지 9400억원, 2019년까지 총 1조35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다음달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채권자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 추가지원 방안은 백지로 돌아간다.
열쇠는 전체 회사채의 29%(약 3900억원)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우정사업본부(1800억원), 사학연금(1000억원)도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결 시 정부와 채권단은 일종의 법정관리인 플랜P(사전회생계획안제도·Pre-packaged Plan)에 돌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경우 선주들이 건조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삼성회계법인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 114척 가운데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는 선박은 최대 40척, RG 요청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정치권의 훈수도 혼란스럽다.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지역경제와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발언이 갈수록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조정을 정치이슈화 시키고,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할 산업 구조조정의 방향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부분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 교체가 된다면 새 정부도 조선·해운·해양 산업을 살려 내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표심을 의식한 듯 기존 '조건부 퇴출론'에서 사회대타협을 통한 해법 마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정상화 후 민영화를 주장한 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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