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미국 검찰이 지난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개설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 해킹사건의 용의자로 북한을 지목해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검찰이 해킹·절도를 기획하도록 중개 역할을 한 중국 브로커를 겨냥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리들에 대한 직접적 혐의는 제기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연루됐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가안보국의 리처드 래짓 부국장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그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민간단체인 아스펜연구소 주최로 열린 사이버 범죄 토론회에 참석, 방글라데시은행이 해킹 공격을 당해 거액을 털린 사건과 관련해 은행을 해킹하는 나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발생한 이 사건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은행털이 범죄로 기록됐다. 방글라데시중앙은행의 스위프트 접근 코드를 사용, 1주일만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계좌에서 필리핀의 4개 은행 계좌로 8100만달러를 이체한 사건이다. 1000억원에 달하는 이 돈은 필리핀으로 넘어가 돈세탁 수사를 받지 않는 카지노로 흘러들었다.
미국이 은행을 해킹하는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는 것은 2014년 발생한 소니영화사 해킹과도 연관이 있다. 소니영화사 해킹 당시 사용했던 코드와 연준 해킹에 사용된 코드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는 소니영화사 해킹 당시 북한과 연관이 있는 '라자루스'라는 조직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래짓 부국장도 소니영화사 해킹과 연준 해킹의 연관성에 대해 "사실은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만약 그 연관성이 사실이라면 은행을 해킹하는 국가가 있다는 뜻이고 매우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의 고발 준비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취하는 소수파들도 있다. 2년 전 사용된 코드를 이용해 해킹에 사용할 수는 있지만, 코드가 비슷하다고 해서 꼭 같은 조직이 배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유엔 대사와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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