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에 파면된 피의자 신분 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전직에 걸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지만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에다 관련 사실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받고 대통령직을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예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오전 조사 직전 박 전 대통령과 10여 분간 티타임을 가진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검사장)는 '티타임 장소인 10층 조사실 옆 휴게실에 먼저 내려가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먼저 내려가 있었다. 그게 '손님' 받는 예의 아닌가"라고 답변해 적절성에 시비가 일었다.
한 검찰 간부는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피의자로 온 것이지 손님으로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사 받으러 온 사람의 신분에 따라 안내 정도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검찰이 조사 전 과정을 영상녹화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상녹화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조사 전날에도 "피의자에게는 (영상녹화 유무를) 고지만 하면 되지만 피의자가 영상녹화를 할 경우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하면 실랑이 하는 것보다는 진술을 받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사에 앞서 영상녹화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가 "녹화를 거부한 사실이 없고, 법률상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녹화할 수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여부를 물어와 그에 대해 부동의함을 표시한 것"이라는 말을 전하면서 검찰이 나서서 과도한 예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졌다.
과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사 당시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수사과정 전체를 지켜보며 수사를 지휘한 전례가 있다.
노 전 대통령 조사 당시 4차례나 취재진 브리핑을 통해 상세하게 수사 과정을 설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단 한 차례만 브리핑을 가졌다.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서를 읽기 시작한 자정 무렵 기자들에게 "악의적 오보, 감정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검찰이 갖춘 예우에 대한 감사 표시인지, 의례적 수사(修辭)를 통한 언론 플레이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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