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특검 수사 수용 거부하다 넉달만에 피의자 소환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2016년 11월4일 박근혜 전 대통령 2차 대국민 담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ㆍ특검 수사 수용 약속이 결국 '타의'에 의해 이뤄진 것은 넉 달만이다. 당시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자 민간인 신분이다. 그에 따라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졌다.
'자발적으로 받겠다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수족처럼 부리던 측근들은 그 사이 줄줄이 구속됐다. '피의자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그제서야 검찰의 소환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엿새의 말미를 주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는 헌정 사상 첫 대통령이 됐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을 수사하던 검찰은 당시 현직 대통령 신분이던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1월15~16일 대면조사 일정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물리적인 시일 촉박'을 이유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검찰은 다시 같은 달 18일을 새로운 기한으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변호인의 변론준비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검찰은 같은 달 23일에 다시 '29일 대면조사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내 답변을 기다렸다. 이마저도 거부해 공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넘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특검팀의 대면조사 요구 역시 일방적인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나기까지 담화를 통해 밝힌 국민과의 약속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지난 10일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부한 점을 언급했다.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서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 이틀 뒤 청와대에서 쫓겨나며 측근을 통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국민 담화에서는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는 자정을 전후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진실규명'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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