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김희윤의 '시네한수' - 화려한 망상과 냉엄한 현실 사이…환상을 이어가는 두 여자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가질 수 없는 욕망과도 같은 젊은 작가 '조'를 끌어안은 왕년의 대배우 '노마'의 눈빛에선 집착 너머의 애처로움마저 느껴진다.
AD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무성영화 시대를 주름잡던 여배우는 ‘목소리’와 함께 영화계에서 퇴출된다. 얼굴 연기만 할 줄 알았지, 자신의 ‘목소리’를 거기에 입히는 일은 해본 적도 없었고, 할 줄도 몰랐으며, 해도 잘 안 됐기 때문. 그럼에도 여전히 화려한 배우 시절의 생활에 젖어 살며, 늘 ‘복귀’할 수 있다는 바람과 망상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낸다. 영화 <선셋대로>의 스타, ‘노마 데스먼드’의 이야기다.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는 조에게 "난 아직도 대단한 배우야"라며 도도하게 응수하는 노마의 태도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망상장애적 증상의 발현이다.


과거를 현재처럼 사는 여인

영화는 파산 직전의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화려한 대저택 수영장에 떠오른 남성의 시신, 죽었던 그를 보여주던 영화는 돌연 그가 살아서 이 저택에 걸어 들어온 6개월 전을 비추며 관객 앞에 무성영화 시대의 전설, 노마 데스먼드를 소개한다.


“당신은 노마 데스먼드 군요. 무성영화에 나왔었죠. 대단한 배우였어요.”
“난 아직도 대단한 배우야. 보잘 것 없어진 건 영화지”


노마는 무성영화에 최적화된 배우였지만, 목소리를 담는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곧장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얼굴과 아우라가 갖는 상징성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데다, 감정표현 또한 형편없었기 때문. 하지만 그녀는 시대와 현장이 바뀌었음을 부정하고, 자신은 여전히 대배우이며, 유성영화를 통해 도래한 새로운 시대는 하찮을 뿐. 대저택에서 홀로 화려한 배우생활을 이어나간다.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던 감독이자 전남편에서 이제는 그녀의 망상을 존속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집사로 활약하는 집사 막스는 실제 노마 역을 맡은 배우 글로리아 스완슨과 작업했던 영화감독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이 연기했다.


망상보다 무서운 집착적 조력


우연히 침입한 조 길리스에게 자신의 복귀 영화 시나리오를 맡기는 노마는 작업을 핑계로 젊고 매력적인 그를 탐닉하고, 무일푼의 조는 그녀의 재력과 무시무시한 아우라에 사로잡혀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그런 노마와 조 곁을 항상 지키는 건 노마를 스타로 만들었던 감독이자 전 남편, 그리고 이제는 집사를 자처하며 그녀와 저택을 돌보는 막스 폰 마이얼링의 존재다.


스스로 과거에 젖어 사는 노마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가짜 팬레터를 쓰고, 자신이 연출했던 흑백 무성영화를 직접 영사기를 돌려가며 상영하는 그의 손길이 있어 노마는 과거의 영광, 빛났던 순간에 여태 머무를 수 있었던 것. 그녀는 이 잘 짜인 세트장과 소품 속에서 자신은 언제든지 스타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 믿으며, 그녀의 차를 소품으로 쓰고자 걸려온 파라마운트의 섭외 전화조차 캐스팅 전화로 오인할 만큼 망상장애를 보이지만 그렇게 찾아간 세트장의 감독 세실. B. 드밀 부터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조와 막스 모두 입을 다물고 그런 그녀의 몸부림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도 그녀에게 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을 연상시키는 요염한 자태로 계단을 내려오는 노마는 카메라 앞에서 '말'이 필요 없었던 시대의 아우라를 한껏 발산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그런 그녀에게 이 카메라가 영화 카메라인지, 살인 용의자를 찍는 취재 카메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독한 살로메, 그리고 카메라 앞의 최후


노마는 자신의 할리우드 복귀작 ‘살로메’ 집필을 조에게 맡긴 상태. 요한의 목을 갖기 위해 자신의 삼촌이자 의붓아버지가 된 헤롯왕 앞에서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살로메의 소름 끼치는 춤사위는 현실에서 조, 그리고 가상의 팬과 상상 속 영화까지 모두 가지고, 또 이뤄야 하는 그녀의 욕망과 정교하게 겹쳐지고, 끝내 자신을 거부하고 젊은 여인 베티에게 가겠다는 조 앞에서 자살소동을 벌이던 노마는 끝내 가질 수 없는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조의 살인혐의로 자신을 연행하러 온 경찰 앞에서도 꿈쩍 안 하던 그녀는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가 왔다는 소리에 두 눈을 반짝이며 도도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데, 그 결연한 자태하며 이 자리에 없는 드밀 감독을 호명하는 태도는 한 시대를 사로잡은 대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연륜이자 강력한 힘이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우리와 카메라들과, 저기 어둠 속에서 경이로운 사람들...”


영화 <선셋대로>가 정교하게 그려낸 망상장애 속 한 여인의 삶, 대 저택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떠올리며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그 모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녀’의 삶과 너무도 비슷해 현실의 기시감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늘 그녀를 기다리는 수많은 카메라와 취재진 앞에서 과연 그녀는 어떤 말을 꺼낼까?



영화 '선셋대로'의 여인 노마와 '평민'박근혜…그녀들이 카메라 앞에 설 때 오늘 그녀가 설 취재진 앞 포토라인. 그녀는 취재진과 국민 앞에 과연 어떤 말을 꺼낼까? 사진 = 아시아경제DB



영화 속 스타 노마 데스먼드는 먼저 카메라를 응시하며 차분하게, 그리고 절도있게 한 마디를 남겼다.


“좋아요, 드밀 감독님. 난 클로즈업 준비가 됐어요.”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