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세종체임버홀…'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 공연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현대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두 작곡가 윤이상(1917~1995)과 피에르 불레즈(1925~2016)를 추모하는 공연이 열린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Ⅰ-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를 연다.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향은 윤이상의 중요 작품 중 하나인 '협주적 단장(短章)'을 연주한다. 1976년 작곡된 이 곡은 8개의 악기를 위한 15분짜리 작품이다. 세 개의 악기 그룹(현·피아노와 타악기·목관악기)이 조화와 대립 등 여러 방식으로 어우러진다.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뒤 늘 이념논쟁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유럽 음악계에서는 그를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음악가로 평가해왔다. 실제 그는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하는 데 도전했다. 또한 작품 속에 동양의 정중동(靜中動ㆍ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의 원리를 녹여내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지난해 1월 타계한 프랑스 출신 유명 작곡가 불레즈의 곡들도 연주된다.
그는 전자 음악·음향을 연구하는 연구소 이르캄(IRCAM)과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을 이끌었다. 또한 영국 BBC심포니, 미국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에서 수석 지휘자와 음악감독 등을 지내며 세계 음악계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연주되는 불레즈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노타시옹'은 스트라빈스키와 베베른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한 작품이다. 12음열을 기초로 하는 이 작품은 엄격한 규칙 안에 풍부한 표현과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쇨호른이 불레즈의 '12개의 노타시옹'에 상상력과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 작곡한 '앙상블을 위한 12개의 노타시옹'도 함께 연주된다. 쇨호른은 원작을 단순히 편곡에 그치지 않고 불레즈의 열 두 곡에서 한 마디씩 따와 결합한 '13번째'라는 작품을 추가했다. 이 곡은 이번 무대에서 서울시향이 아시아 초연한다.
4월1일에는 백병동, 버르토크, 라헨만 등 동시대 주요 작곡가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관현악 공연 '아르스 노바Ⅱ-현기증'이 이어진다.
한국 현대작곡계의 거목 백병동의 관현악을 위한 '해조음', 헝가리 대표 작곡가인 버르토크가 모국 헝가리의 전통을 융합해 만든 '두 대의 피아노, 타악기,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프랑스적인 느낌이 가득한 베르트랑의 '현기증' 등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바실라키스와 히데키 나가노 등 세계적인 솔로리스트과의 협연으로 들려준다.
서울시향이 2006년부터 시작한 '아르스 노바'는 음악계의 동시대 경향을 소개하는 현대음악 시리즈다. 작곡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이며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인 진은숙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다. 이번 아르스 노바 봄 시리즈는 현대음악의 권위자로 꼽히는 프랑스 지휘자 파스칼 로페가 지휘봉을 잡는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