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선후보·전략 문제 드러나…당권·개헌 놓고 갈등 빚는 바른정당·국민의당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조기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정치권이 리더십 위기를 겪으며 불안한 행보를 걷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0여명의 후보가 난립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설 만큼 경쟁력 있는 주자가 없는 '풍요 속 빈곤'을 맞았다. 특히 15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유력 주자' 없이 대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황교안 특혜' 비판을 받은 특례조항을 경선룰에서 삭제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의 대안으로 홍준표 경남지사·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후보 물망에 오르지만 보수층을 결집시키기엔 파괴력이 약하다.
한국당은 당내 일치된 대선 전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며 탄핵 사태를 대선에 활용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비박(비박근혜)계와 당 지도부는 '박근혜 지우기'를 시도하며 탄핵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동시에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한국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함께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반문재인)연대에 동참했다. 또한 반문연대와 개헌론의 선봉장격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영입·연대 가능성을 제기하며 은근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당 외부인사가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자는 정치적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며 "그분의 여태까지의 정치행적이나 정치를 보는 시각, 인맥들을 봐서 충분한 역할을 하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지지율 하락세로 당이 위기를 맞았을 때부터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병국 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사임을 표명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김무성·유승민 의원 사이에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이 무산된 이후에 바른정당 입당을 저울질하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까지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선언하면서 외부 인사영입 전략도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한국당·바른정당과 비교해 유력한 대선주자와 비교적 안정적인 당 지지율을 보유한 국민의당 역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당장 개헌 국민투표 문제를 두고 당의 투 톱인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주승용 원내대표, 김동철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전날 한국당·바른정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키로 합의했지만, 박지원 대표는 "단일 개헌안이 오더라도 대선까지 56일이 남은 상황에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진통을 겪은 경선규칙 문제에서도 리더십 공백이 노출됐다. 안철수·손학규 전 대표 측이 경선방법, 후보선출일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지만,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각 후보 측에 끌려 다니면서 경선규칙 논의에만 20여일을 소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