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8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말한 ‘순교(殉敎)’의 의미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에 탈당계를 낸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된 질문에 “순교(殉敎)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를 파악하면 내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교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압박과 박해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김 전 대표의 ‘신앙’은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 전 대표의 최근 발언과 연결 지어 해석하면 자신의 신앙인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고, 개헌이 될 수 있도록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킹메이커’나 ‘킹’이 되는 게 아니라 개헌에 필요한 정치판을 새로 짜는데 남은 정치 인생을 걸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민주당 비문계와 바른정당, 국민의당 의원들이 연대하는 시나리오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8일 기자들에게 “김 전 대표와 만나 원탁회의를 추진하겠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서)반패권을 추구하는 사람은 모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 전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가진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에서는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것이고, ‘문재인 대 개혁세력연대’를 (김 전 대표와)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말한 ‘순교’의 의미를 좀 더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나 유승민 의원 등 50대 후보들이 문 전 대표에 맞설 정도의 경쟁력을 가진다면 지원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고난의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임기 단축 개헌안을 고리로 비문 세력을 규합해 대통령에 당선돼 3년간 과도 정부 체제를 이끌면서 개헌을 한 뒤 7공화국을 이끌 지도자에게 통치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손학규 전 대표의 7공화국 건설 주장과 맥이 통한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내놓지 않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가진 김 전 대표는 진행자가 대선 출마 여부를 5~6차례 물었지만 “남의 의사를 자꾸 그렇게 강요해가지고 들으려고 하지 마시라고요”라면서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던 김 전 대표가 전격 탈당을 선언했듯이, 적당한 때가 되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는 정치인들이 많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전 대표가)대선 후보로 뛸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99%”라고 장담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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