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위원회 결정을 뒤집는 판례가 확정돼 돌려준 과징금이 지난해 1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환급액의 5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과징금 환급은 대부분 카르텔 사건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5일 공정위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패소 등을 이유로 과징금을 재산정해 돌려준 환급액은 지난해 1천582억원이었다.
이는 341억원이었던 전년 환급액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환급액이 급증한 것은 라면값 담합 소송에서 패소해 농심에 부과했던 1천80억원의 과징금을 돌려준 영향이 컸다.
공정위는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패소하면 일단 부과했던 과징금 전체를 취소한 뒤 재산정한 과징금을 다시 부과하고 있다.
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결정 논리를 뒤집는 새로운 판례가 확정되면 패소 확정 전 사건이라고 해도 판례에 따라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과징금을 취소한 뒤 재산정하기도 한다.
공정위 환급 과징금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61억원이었던 환급액은 2년만인 2014년 188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5년에는 또다시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 5년간 대기업집단별 과징금 환급액을 보면 삼성이 1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130억원), LS(55억원) 등 순이었다.
과징금 환급 사건 분야는 담합 사건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33건의 과징금 환급 건 중 1건을 제외한 나머지 32건이 모두 카르텔 관련 사건이었다.
최근 5년간 106건의 과징금 환급 건 중 국내외 카르텔 사건은 82건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담합 조사는 독점, 불공정행위 등 조사와 달리 경제 영향 분석과 함께 신속한 조사와 증거 확보 등 형사적 조사기법도 매우 중요하다.
공정위가 검찰과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 능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배경과 무관치 않다.
상급심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판례에 따라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과징금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개입됐다는 의혹도 있어 절차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과징금을 취소·환급한 33건의 사건 중 고등법원 패소 이전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자체적으로 취소한 사건은 9건이다.
대형사건의 잇따른 패소와 과징금 환급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패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박용진 의원은 "과징금 직권취소 중 담합 사건 비중이 높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공정위의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문성을 논리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하는 공정위의 주장에 반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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