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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수 벤처의 '창조경제 들러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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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수 벤처의 '창조경제 들러리' 언제까지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창업·혁신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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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런 대규모 행사에 참석한다고 해서 벤처투자를 받거나 주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창업ㆍ혁신 페스티벌'에 참가한 중소기업 관계자가 말끝을 흐렸다. 이날 행사장은 북적였다. 중소기업에 힘을 불어넣겠다고 개최한 행사여서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얘기를 듣자니 '끌려나온' 티가 역력했다.


해당 업체는 정부가 주관하는 창업 지원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 기업은 물론 '성공사례' 부스를 연 50개 창업기업들은 모두 창조경제혁신센터, 지방 중소기업청, 창업선도대학 등을 통해 정부지원을 받은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참석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해명까지 친절하게 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봐서였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는 정부 지원이 끊기는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이번 행사는 급조되는 바람에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월12일 창업 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행사안이 제시됐고 엿새 후 확정됐다. 행사 당일까지 42일밖에 남지 않아 장소 섭외도 쉽지 않은 짧은 기간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정부로서는 지원책에 목멘 기업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이런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는 점에서다. 스타트업은 직원수가 적다. 연구개발부터 영업까지 '일당백'인 경우가 태반이다. 행사에 2~3명이 동원되고 나면 하루를 통째로 허비하게 된다.


지난 2일 폐막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ㆍIT 산업 전시회에서 보듯 기술 혁신과 경제성장은 민간기업의 손에 달렸다. 정부의 주도로 부흥하겠다는 경제정책은 '파열음'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창업ㆍ혁신 페스티벌에 참가한 기업들의 볼멘소리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현장에서] 우수 벤처의 '창조경제 들러리' 언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창업·혁신 페스티벌에서 창업기업인의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나치게 전면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민간의 자율성을 빼앗는 오류를 범했다. 창조경제에서 정부가 주연을 자처하면서 창업기업은 '들러리'로 전락했다. 이번 대한민국 창업ㆍ혁신 페스티벌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연인 듯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몰고 온 총리 일행이 창업기업 부스를 떠나자 주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부스에 모여 있던 인파들도 금세 사라졌다. 누구를 위한, 어떠한 의미를 주려고 마련한 페스티벌인지 안타깝고 매우 실망스럽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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