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문의 빈도 급감…단체 쇼핑 예약 줄줄이 취소 불가피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하면서 유통업계, 특히 면세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점들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 소식을 접하고 비상 대응 체제로 들어갔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전날 오후 늦게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이에 한국행 단체관광뿐 아니라 여행사를 통한 자유여행도 불가능하게 됐다.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면세점이다. 그 중에서도 모기업이 중국의 주요 타깃인 롯데면세점엔 초비상이 걸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사드 관련 갈등 격화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여행사에 롯데면세점 방문 문의를 하는 빈도가 평소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보통 중국인들은 단체관광 패키지 상품에 포함된 방문 코스를 매개로 면세점을 찾는다. 롯데가 사드 문제로 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반한 감정을 자극한 뒤 상당수 중국인들이 한국 방문에 앞서 "롯데면세점 쇼핑 일정이 들어 있는 패키지는 싫다"고 여행사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관광 금지 조치는 한두 달 정도 뒤 본격적으로 체감될 전망"이라며 "지금으로써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수도인 베이징에서 시작된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앞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관측된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구성을 보면 개별 여행객이 약 60%고 나머지 40%를 단체 여행객이 차지한다. 개별 여행객 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여행사를 통한 개별 여행객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관광 금지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60~70%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806만여명이었다.
롯데 외 다른 면세점들에도 전날 이후 본격적으로 사드 여파가 미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롯데면세점만 홈페이지 해킹 공격을 받는 등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가 관광 금지 조치를 기점으로 모든 면세점이 사드 보복의 사정권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중국이 설마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개별관광객까지 통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제 막 정상 영업 궤도에 진입한 신규면세점들은 중국의 관광 금지 조치에 발목을 잡혀 울상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온 신규면세점들은 최근 손익분기점에 도달, 실적 정상화 수순을 밟는 분위기였다. HDC신라면세점을 필두로 신세계가 각각 1억원, 12억원대 이익을 냈고 한 자릿수에 머물던 두타면세점의 매출도 이달 들어 최대 14억원까지 증가했다. 두타면세점의 경우 오는 6월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자체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폭발한 사드 이슈가 성장세에 제동을 단단히 걸고 있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이후 한국 관광이 전면 통제된다는 얘기도 있어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못하면 그때부터 미칠 피해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소비자의 날 행사를 전후로 현지에서 어떤 형태로든 롯데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중국 CCTV 등 관영매체들은 손 볼 기업을 골라 소비자의 날에 해당 기업의 제품을 '주의 대상'으로 찍는다. 그럴 경우 곧바로 중국의 '애국' 소비자들은 불매라는 행동으로 옮긴다. 롯데를 비롯한 면세점들은 소비자의 날이 기폭제가 돼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이슈가 불거진 뒤 그나마 중국인 개별관광객들이 단체 관광객 감소를 완충해주고 있었다"면서 "이번 여행 금지 조치가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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