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늘(27일) 성주골프장 부지 제공 최종 확정
중국 언론 경고…불매운동 우려
2012년 센카쿠 열도 논란으로 반일시위 벌어지기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롯데그룹이 27일 이사회에서 경북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 보복은 물론 중국내 불매운동도 벌어질 수 있어 지금까지 10조원을 투자한 중국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일 수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99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현재 23개 계열사가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투자한 금액만 10조원이 넘는다. 롯데쇼핑의 경우 롯데마트가 중국 전역에서 112개 매장을 운영중이고, 롯데슈퍼도 16개가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은 텐진동마루점 등 5개 점포가 문을 열었고, 롯데시메마는 12개관에 92개에 달하는 스크린을 걸었다.
특히 롯데그룹은 선양에서 3조원을 투자해 롯데월드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고, 청두에선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건설하고 있다. 롯데의 중국 임직원수만 2만6000여망에 이른다. 특히 국내 롯데면세점은 매출의 70% 가량이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다만 중국내 유통사업은 아직까지 적자다. 롯데마트 중국법인은 지난 5년간 계속 당기순손실를 냈고, 지난해 반기까지 적자 규모만 113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사드 부지가 최종 확정되면서 중국측 보복의 수위다. 롯데는 지난해 국방부가 당초 경북 성주포대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배치 지역을 주민 반발로 성주골프장으로 변경하면서 중국측의 보이지 않는 압박을 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내 롯데마트 전점에서 불시에 소방점검이 이뤄졌고,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초에는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내 ‘롯데닷컴’ 관방 해외 플래그숍 영업을 전면 중지했다. 롯데의 사드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아직까지는 중국정부가 가시적인 보복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실제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노골적인 제제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안보를 이유로 한중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국내 반한감정도 확산될 수 있고, 소비재 기업인 롯데가 직격탄을 맞을수 있다.
실제 중국에선 2012년 8월 일본이 한중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를 국유한 것에 반발해 대규모 반일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반일 시위대는 일장기를 태우고, 일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운전을 폭행했다. 중국 칭다오 도요타 공장은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불에 타기도 했다. 그해 말까지 반일시위가 이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매출이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청일전쟁으로 역사적으로 반일감정이 깔려있는 일본과 달리 롯데에 대해선 아직까지 불매운동까지는 전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관영언론이 “롯데가 사드에 협조하겠다면 중국을 떠나라”고 경고하는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집중 조명됐고, 앞서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고, 금호타이어도 2011년 품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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