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측 "朴대통령, 역사의 단죄 받아야…기각 때는 혁명"
탄핵 반대 측 "계엄령 선포…인용되면 폭동 일어날 것"
찬반 프레임에 갇힌 탄핵 심판…인터넷 공간에선 이미 전쟁 中
정치적 혼란도 도마에…조기대선 당선자, 인수위 구성 불가능
인수위 대체할 '전략팀' '국회기구' 대안으로
일각에선 '탄핵심판 복종 운동' '정치적 해법 모색' 주장도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임박하면서 찬반(贊反) 세력 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선 "기각이 되면 거리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반대하는 쪽에선 "인용되면 아스팔트가 피로 물드는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벌써부터 양측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3ㆍ1절을 앞두고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24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심판일은 다음 달 10일 혹은 13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기에 탄핵심판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박 대통령이 심판 직전 스스로 사임할 것이란 내용의 '하야설(說)'까지 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탄핵 인용 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극단적 세력 간의 충돌이다. 지난 22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우리나라 아스팔트 길이 전부 피로 덮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부 뒤집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폭동을 암시하는 내용들이다. 일부 회원들은 계엄령 선포 등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기반인) 대구에선 항쟁이 일어날 것이다. 나부터 나가 싸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또 일부 극우단체 회원들은 탄핵에 대비해 거리에서 할복할 자원자를 모집하거나 '청년암살 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하는 등 인터넷상에선 이미 찬반 측의 내전이 발발한 상태다.
반면 탄핵에 찬성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퇴진행동)'은 "기각은 1000만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 행위"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불복종 운동'의 분위기도 읽힌다. 유력 대선주자의 경고처럼 '혁명 상황'으로 비쳐질 만한 상황이다.
양측의 대립 외에도 탄핵 심판을 앞두고 정치적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만약 탄핵 인용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당선자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즉시 임기를 시작해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현행 인수위법에는 탄핵 등의 사유로 치러진 대선 당선자는 인수위를 구성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정부 출범 전 국가 기조와 정책을 만들고 요직에 누구를 등용할지에 대해 의견을 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인수위 역할을 담당할 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박상철 한국정치법학연구소 이사장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가 상황에서 인수위가 없다는 건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손혁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의 권한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특별기구'를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탄핵 기각 직후 박 대통령 측근들이 주축이 돼 검찰 등 헌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시한폭탄'이 돼 가는 탄핵시계를 멈추기 위해 정치권에선 헌재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날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와 4ㆍ19 혁명 주역들이 만든 '4월회' 회원들은 헌재와 광화문광장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도 지난해 말 범여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다가 자취를 감춘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론을 다시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탄핵 심판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지금부터라도 정파를 초월해 한자리에 모여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와 이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탄핵 심판이 아닌 정치적 해법 모색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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