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 중동 의존도 85.3%까지 달해
"어디서 얼마나 싸고 좋은 원유 도입하느냐"에 따라 정유사 실적 영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내 정유사는 원유 도입국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익성이 맞지 않아 '그림의 떡'이었던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 된 후 바로 수입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관세가 3%에서 0%로 떨어져 정유사들에겐 좋은 기회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FTA를 맺은 국가와 거래는 무관세 혜택을 받게 해 줘야 싸고 질 좋은 원유를 세계 각지에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 정유사의 중동 의존도는 매우 높다. 대한석유협회가 발간한 '지역별 원유수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442억6090만8000배럴)중 중동산(377억8161만배럴)은 85.3%에 달했다. 그 다음이 아시아 7.3%(32억2994만2000배럴), 아프리카 3.0%(13억5720만4000배럴), 아메리카 2.5%(11억2237만배럴), 유럽 1.7%(7억6977만9000배럴) 순으로 나타났다.
원유를 어디서 얼마나 싸게 도입할 수 있느냐는 정유사 실적과도 연관된다. 지난 2015년 3분기 SK이노베이션은 두바이유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지역 원유보다 경제성이 떨어진 상황이 지속되자 재빨리 중동산 원유 구입물량을 줄였다. 아프리카, 유럽,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 도입을 추진해 당시 석유 부문에서 1068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두바이유를 주로 들여와야 하는 경쟁사는 17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내던 때였다.
GS칼텍스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의 본토 원유 200만 배럴을 들여온 것도 원유 도입선 다변화의 한 예다. 미국의 원유 금수조치 해제 이후 국내 정유사로는 최초로 미국 본토에서 채굴된 원유를 국내에 들여왔다. 당시 GS칼텍스 관계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약세, 글로벌 원유 수송운임 하락, 멕시코산 원유와 함께 운송함에 따른 부대비용 절감 등으로 경제성이 확보되어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경제성 있는 신규 다변화원유 발굴 및 도입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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