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로봇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들에게도 인간과 동일한 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인간과 로봇이 똑같은 일을 해도 인간은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로봇보다 수입이 적어진다"며 "로봇의 노동에도 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이츠의 이 같은 주장은 기술발전에 따라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에 대한 소극적 지원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적극적인 정책을 의미한다. FT는 게이츠의 이러한 발상이 최신 기술을 선도하는 정보통신(IT) 업계의 거물보다 유럽의 사회주의학자들과 더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 이상의 기술발전으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면서 "기술 발전을 반대하는 것보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은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직업 훈련에 쓰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언뜻 PC 대중화를 선도하면서 타이피스트(typist)에서부터 여행대행업체 등 전 산업의 일자리 기계화를 앞당겼던 그와 어울리지 않는 주장같아 보이지만 게이츠는 과거 인터뷰에서도 줄곧 기계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왔다. 최근 경제전문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일자리를 위해 기술 진보 속도를 늦춰야 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이츠의 주장에 호응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대선 후보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기술 발전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늘어난 이익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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