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취임 한달을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달은 혼란의 연속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사회가 분열됐고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무산 시키고 무역상대국에 대한 환율 조작 경고, 기업 팔 비틀기에 나선 그는 과거 보아왔던 미국의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확연히 인식시켰다. 한달 간의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을 되돌아 보며 아직 4년이나 남은 트럼프 시대에 대한 전망과 우려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지난해 11월8일.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 당선되자 신흥국 시장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의 등장이 강달러를 유발해 신흥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한 달이 임박했음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됐던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을 통해 면죄부를 받아냈고 신흥국 시장에는 글로벌 자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우려됐던 트럼프 탠트럼(Trump Tantrum ㆍ 트럼프 발작))은 없었던 셈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올해 세계경제, 특히 신흥국 시장에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혔다. 대선기간 그가 외쳤던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비롯한 각종 공약은 신흥 시장과 무역 상대국을 강타하기에 충분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인 지난해 11~12월 멕시코 페소화와 터키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중국 위안화도 최근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세계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우려에도 트럼프 취임 후 현재까지 신흥국 시장은 '트럼프 탠트럼'을 극복해 냈다. 15일 현재 MSCI신흥국 지수는 연초대비 9%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미국의 S&P500지수보다 2배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6만6712로 마감해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베스파지수는 최근 몇년동안 10%대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올들어 두달새 11%가량 치솟았다. 트럼프 당선으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던 멕시코 IPC지수 역시 올 들어 4% 오르며 예상을 뒤집고 선방하고 있다. 러시아 증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에 상승세다.
신흥국 통화 가치도 오름세다. 브라질 헤알화는 미 대선 전 수준으로 돌아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트럼프의 희생양'이라 불리던 멕시코 페소화도 연중 고점을 경신하며 충격에서 빠져 나오는 모양새다. 신흥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도 따지고 보면 트럼프 당선의 효과이다.
상황이 호전되자 신흥국 시장에서 빠져나갔던 글로벌 투자자금도 속속 귀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ER) 집계에 따르면 이달 초에만 신흥국 주식시장에 14억달러가 유입됐고 신흥국 주식형펀드에도 50억달러가 몰렸다. 채권과 부채구조조정펀드로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 신흥시장에서 빼간 돈이 242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미 대선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신흥 시장에 미친 트럼프 변수가 예상보다 크진 않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과 자본 유출, 신흥국 자본시장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시야에서 사라진 모습이다.
선진시장을 포함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MSCI 전 세계 지수(ACWI)는 14일 441을 기록, 지난 2015년 5월 세운 고점(442.70)에 근접했다. 세계 증시의 흐름을 파악하는 이 지수는 최근 1년간 23.5% 상승했다. ACWI에서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 세계 경제 전망도 나쁘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 회복세가 빠른데다 유가 안정, 유럽ㆍ일본 양적완화 등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트럼프 '악재'가 이미 반영된만큼 향후 감세정책과 예산지출 규모 확대 등이 구체화되면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2.3% 성장한 글로벌 경제가 올해 2.7%, 내년 2.9%로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3월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옐런 의장이 긴축의 고삐를 당긴다면 트럼프노믹스의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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